[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서울시가 때 아닌 고액과외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공무원들이 승진 역량평가 준비를 위해 수 백 만원에 달하는 고액과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6일 서울시 한 5급 공무원은 "역량평가 시험을 보기 위해 수백만원짜리 고액과외를 받는 경우가 일부 있고, 실제로 어떻게 알았는지 6급 공무원 중 승진 시험 대상자들을 상대로 과외 알선 전화들도 온다"고 털어놨다.
그는 "거액이지만 과외를 받아 승진이 되는 경우를 보거나, 주변 경쟁자들이 고액과외를 받으면 사실 마음이 흔들린다"며 "한두 번 승진시험에서 떨어지면 마음이 급해지다보니 돈을 투자하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5급 승진 인원 중 심사와 역량평가로 반반씩 선발하고 있다. 우선 선발인 심사는 경력과 근무 평점 등 그동안의 실적들을 위주로 한다. 역량평가 시험은 보고서 작성, 인터뷰, 업무지시 역할 테스트 등으로 의사전달, 기획, 갈등 조정 능력을 평가해 5급 사무관의 자질을 살펴보는 시험이다.
예를 들어 10명을 뽑는다면 3배 수 이상인 35명 정도가 승진시험 대상자에 포함된다. 법령에서는 승진 시험 대상자를 승진인원 수의 3~4배로 정해두고 있다. 따라서 전체 35명 중 5명은 우선 심사로 선발되고 나머지 5명은 우선 선발된 5명을 뺀 30명 중 역량평가 결과가 좋은 순대로 승진이 결정된다. 이처럼 역량평가는 심사에서 떨어진 인원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치열하다.
또 다른 서울시 한 공무원은 "역량평가 이전에는 원래 일반시험이 치러졌는데, 이를 대비하기 위해 6급 공무원들이 6개월에서 1년을 공부했는데 그 땐 사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시행 초기 역량평가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사무관으로의 자질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이에 따라 부작용이 나온 게 바로 고액과외였다. 더욱이 중앙부처 몇을 빼놓고는 지방자치단체로 보면 서울시가 유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인사평가 시스템이다.
서울시 인사과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역량평가 방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공무원들이 불안해하며 과외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인 것 같다"면서 "서울시 인재개발원 내 역량평가 오프라인 수업을 수강하는 이는 100명 남짓 되는 수준 정도인데, 온오프라인 강의를 더 확충해 정보를 충실히 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급 승진인원은 퇴직자 수나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하는 인원에 따라 차이가 있고, 전체 27개 직렬마다 경쟁률도 다르다"면서 "평균 300명 안팎의 인원수에서 올해는 퇴직자가 많아져 5급 승진 인원수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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