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 상황이 다시 급박해졌다. 유럽 재정위기가 수습되기는커녕 악화 일로를 치달으면서 수출이 부진하다. 여기에 내수마저 크게 위축돼 경제성장률이 급락하고 있다. 오늘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같은 분기 대비로 2.4%에 그쳐 2009년 4분기 이래 2년3분기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0.4%로 1분기 0.9%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2.6%로 추산됐다. 어제 코스피도 전날보다 24.62포인트(1.37%) 내린 1769.31로 마감해 종가 기준 올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유럽 재정위기가 덧나고 있는 것이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그리스가 구제금융 조건을 지키지 못해 한 달 안에 유럽연합(EU) 등의 자금지원이 중단되면서 국가부도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스페인도 은행권에 이어 지방정부 부실이 부각되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해 위험선으로 간주되는 7%를 넘어섰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유럽 재정위기의 소방수 역할을 맡은 독일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대해서까지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경제도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은 재정지출 급감에 따른 경제충격을 일컫는 '재정절벽'이 도래할 위험을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기하방 위험'을 경고한 가운데 3년 만에 7%대로 떨어진 성장률을 붙잡아두는 데 급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3대 수출 대상지역 모두가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안개 속에서 내리막 비탈길에 진입한 형국이다.
이런 대외여건을 고려하면 상반기에 2.6%에 머문 경제성장률이 하반기에 빠르게 회복돼 연간 3%대로 올라설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한은의 추정대로 3%대 후반으로 본다면 대략 연 1%포인트 안팎의 성장 결손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이로 인한 취업난, 민생고, 성장동력 감퇴를 정부가 방관해서는 안 된다.
실기하지 말고 충분한 규모의 추경예산 편성에 나서는 등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성장률 방어에 나서야 한다. 또한 기업들이 장기적 경영전략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 투자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일에도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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