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전국 각 지자체가 앞다퉈 도입한 투자이민제의 '장미빛' 환상이 깨지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해온 지자체들이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이민제를 돌파구로 삼았지만 막힌 돈줄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것이다.
가장 애가 타는 지역은 인천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상황에서 투자이민제마저 실효를 못 거두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천시가 투자이민제 도입을 처음 검토한 건 지난 2010년 5월이다. 대상지로 낙점된 영종경제자유구역은 구역지정 당시(2003년 8월) 청사진에서 이미 한참 벗어난 상태였다.
투자이민제의 첫 시험대인 운북동 복합레저단지 '미단시티'에선 2007년 사업 착수 후 이렇다 할 투자자본 유치실적이 없었다. 270만㎡에 달하는 사업부지에서 2009년까지 체결된 외국인 투자계약은 단 2건이었다. 랜드마크 타워와 카지노 리조트, 복합레저센터, 오피스텔, 주상복합 쇼핑몰 등 핵심사업의 대부분이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사정은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 희망은 중국이었다. 중국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자신들의 사유재산을 어떻게 지키고 늘려갈 것인가다. 해외 부동산에 돈을 투자하게 되면 중국 정부의 통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중국인들이 끊임없이 해외 부동산에 눈 길을 돌리는 이유다. 다만 자산을 뜻대로 굴리려면 그 나라 영주권을 얻어야 한다.
인천시가 주목한 게 바로 이 점이다. 인천시는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한 뒤 5년 이상 한국에 체류하면 영주권을 주는 투자이민제 도입에 뒤늦게 뛰어들어 중국 부유층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투자는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계속된 금융위기로 해외 부동산 투자의 매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영주권 만으로 중국인들을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영종 미단시티 개발이 이렇다 할 '앵커시설' 하나 없이 지지부진한 점은 중국인들의 눈을 돌리게 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상황은 강원도 평창에서도 비슷했다. 투자이민제가 적용된 알펜시아 리조트에 강원도와 강원도시개발공사가 투자한 돈은 무려 1조6836억원에 달했다. 2007년 3월 콘도미니엄 등을 분양하기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거둬들인 투자금은 총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강원도는 중국 투자자들을 투자이민제의 제 1 타깃으로 삼았지만 기다리던 희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 2010년 12월 1500억원 안팎의 투자의향을 보였던 중국 투자회사 2곳은 양해각서(MOU)만 맺은 채 아직까지 투자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는 6년 뒤인 평창동계올림픽이 임박해서야 투자에 조금씩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역시 중국인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2 여수엑스포를 기점으로 해외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수엑스포 개막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투자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인천 영종과 강원도 평창, 전남 여수 3곳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관광산업과 투자가 활성화되기에는 아직 먼 상황에서 이제 막 새로운 개발사업에 뛰어든 곳이라는 점이다. 시장에서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여놓고 외국인들에게 무작정 '러브콜'을 보내는 셈이다. 단기 투자수익성을 우선으로 하는 외국 자본 입장에선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가장 앞서 투자이민제를 도입한 제주도와 다른 3곳의 투자실적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이유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송원 사무처장은 "부족한 개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이민제를 도입한 것 자체가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투자이민제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을 통해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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