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직장인들에게 최악의 상사는 바로 내가 모시는 상사일 것이다. 친구의 상사가 아무리 독하고 악랄해도 누구나 ‘내 상사만큼은 아닐 거다’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를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드라마를 보며 무심히 지나쳤을 캐릭터, 혹은 가장 나쁜 상사라며 입을 모았을 캐릭터들만 모아 조직도를 만들었다. 말이 통할 것 같지만 은근히 독불 장군처럼 행동하는 리더부터 시도 때도 없이 기분이 달라져 매번 맞춰줘야 하는 상사에 사람은 좋은데 입이 가벼워 소문만 만드는 상사까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들은 하나같이 최악이다. 7가지 유형의 상사 중 당신이 생각하는 최악의 상사는 누구인가, 그리고 당신의 상사는 어떤 유형인가. 월요일부터 당신을 괴롭히는 그 상사를 떠올리며 골라보자. 물론 실컷 욕을 하고 질겅질겅 씹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신 모니터에 대고 하는 것만은 잊지 말자.
은독장(은근히 독불 장군) 형 상사. 행간의 숨은 뜻을 읽어야 하니 항상 피곤하고, 결국은 모든 걸 독단적으로 결정해 더욱 힘 빠지게 하는 스타일이다. 서 회장의 화려한 언변과 푸근한 웃음은 직급을 떠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지향하는 리더의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서 회장은 본인 하고 싶은 말만 한다. “밤늦게까지 얼마나 수고가 많노”는 업무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이 아니라 “잔소리 말고 내 지시 따르라”는 경고이며, “국이 짜다”는 말은 “네가 하는 말 듣기 싫다”는 표현일 뿐이니 말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금물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이런 상사와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정신 바짝 차리고 있는 게 좋다. 말을 듣고는 있겠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고 결국은 상사 뜻대로 될 것이며 돌아오는 건 “그래도 계속 욕 보래이”밖에 없을 테니.
은물태(은수저 물고 태어난) 형 상사. 능력도 없는데 회장 아들이라 더 속 터지는 스타일이다. 능력 없고 부지런한 평범한 상사는 언제든 잘릴 수나 있다지만 이런 스타일은 답도 없다. 똑같이 쓸데없는 일 만들어도 잘리기는커녕 승진만 할 테니 말이다. 아무리 손대는 사업마다 망하고 특검을 받아도 금방 사면 받고 미국 지사로 도피하지 않나. 사고를 쳐도 책임은 지지 않고 자존심 때문에 그룹 승계만 신경 쓰는 이런 상사에게 회사의 미래를 기대하는 건 배부른 소리다. 더구나 그만 두는 게 좋을 텐데 굳이 아버지를 위해 공부하고 재기한다고 난리니, 회사 직원들에겐 쓸데없는 효심일 뿐이다. 결국 아버지한테 인정받자고 회사 직원들 고생시키는 상사 때문에 직원들은 스트레스 주름만 는다.
무소뿔(무소의 뿔처럼 무식하게 편애하는) 형 상사. 과도하고 티 나게 특정 직원을 편애해 골치 아픈 스타일이다. 물론 이사로서 유능한 인재는 스카우트할 수 있다. 파격 승진도 시켜줄 수 있다고 하자. 하지만 편애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집착까지 하는 건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피곤한 일이다. 가영(신세경)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패션왕 이벤트를 열면 직원들은 갑자기 생긴 프로젝트 때문에 밤을 새야하고, 가영 때문에 무리하게 다른 회사 인수해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 더 일을 해야 하는 것도 직원들이다. 재혁이 안나(유리)를 수석 디자이너로 앉혔을 때, 디자인 실장도 모르게 가영을 채용했을 때 주변 직원들이 텃세 부리는 걸로 끝난 건 정말 자비로운 일일지 모른다.
오버 에너자이저 형 상사. 일에 대한 과도한 열정 때문에 피곤한 스타일이다. 회사 매출을 끌어올린 것, 좋다. 피땀 흘려 일하는 것도 존경받을 일이다. 하지만 상사 말 한 마디에 모든 직원이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정도라면, 그 곳은 회사가 아니라 군대다. 끄떡하면 윽박지르고 스파르타식으로 일을 진행하는 건 기본이다. 비상 시 직원 치마를 잘라 구두에 붙이는 황지안 이사의 정신력은 가히 무서울 정도다. 물론 회장 딸이라 선택했다지만 지안의 부하 직원들이 콜라보레이션 경선 때 자유로운 염나리(임수향) 부사장 팀을 택한 것도, 지안이 마련한 회식에 어떻게든 빠지려고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본인의 열정이 너무 과해 직원들 기를 뺏는 상사와 일한다면 있던 능력도, 반짝이던 아이디어도 없어질 테니 말이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형 상사. 끄떡하면 다그치다 갑자기 삐쳐서 달래줘야 하는 스타일이다. 어린 후배들에게 사회생활의 쓴 맛을, 조직의 냉정함을 강하게 알려주는 카리스마는 좋다. 하지만 말끝마다 꼬투리를 잡고 “회사생활이 장난이야?”라고 소리친다면 누구라도 당장 회사에서 뛰쳐나가고 싶을 것이다. 여기에 사람을 더 힘들게 하는 건 기분이 자주 바뀐다는 점. 부하 직원이 낸 아이디어에 면박을 줄 땐 언제고 상사가 좋다고 하면 바로 말을 바꾸고 젊어 보인다고 칭찬할 때는 다정하게 대해주기에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 지 헷갈리게 한다. 애써 노안을 감추려 노력하고 후배와 어울리기 위해 걸 그룹 안무를 연습하다가도 느닷없이 샤우팅을 하는 상사라니, 정말... 엉까냐?
권죽사(권위에 죽고 사는) 형 상사. 경력만큼 권위주의 의식도 쌓여서 대하기 힘든 스타일이다. 이런 상사는 본인이 신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입 바른 아부와 편들기는 기본적으로 해줘야 한다. 옳고 그른 건 상관없다. 자존심 따윈 당연히 던져 버려야 한다. 그리고 더 피곤한 건 뭐든지 눈치껏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팀이 상사를 무시할 때도, 상사가 화났을 때도 적당히 딸랑 거리는 게 필수다. 조금이라도 오버해서 아부하거나 자기주장을 펼친다면 요즘 신입 교육이 어떻다느니, 신입 나부랭이가 어떻다느니 하는 잔소리를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상사 눈치 보려고 회사 들어왔나 싶어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레벨 운운하는 욕 들으며 피곤해지느니 아부하는 게 낫다고 후회할 테니 말이다.
입방정 형 상사. 사람은 좋지만 입이 가벼워 늘 불안한 스타일이다. 오랜 회사 생활 동안 일보다는 소문을 만드는 능력만 키웠다.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갓 입사한 신입들에게 유독 친절한 것도 알고 보면 오지랖이 넓은 것뿐이다. 마당발처럼 보일 수 있는 조직원들의 정보는 남의 이야기 하고 싶을 때 생각나는 대로 떠드는 것이며 선배다운 충고와 멘토 역할을 하는 듯한 말은 듣고 보면 오랜 시간 한 자리에 머물렀던 자신을 한탄하는 내용이다. 물론 악의가 없어서 대놓고 미워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게 바로 함정이다. “들어오는 말은 있어도 나가는 건 없는” 일방통행 귀, 중요할수록 공개적으로 퍼트리는 입에 걸리면 루머의 희생양으로 왕따가 되기 십상이니 알아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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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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