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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예고된 대패를 감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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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예고된 대패를 감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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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FC 서울과의 경기가 열린 7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광판 시계는 겨우 30분을 가리켰다. 점수는 0-3.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은 하나같이 ‘시간이 빨리 지났으면’하는 표정이었다. 바람과 달리 악몽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공격다운 공격 한 번 펼쳐보지 못한 채 세 골을 더 내줬다. 0-6, 창단 이래 최다 골차 패배의 수모였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안익수 부산 감독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질문에 답하는 어조만큼은 차분했다. 경기 전부터 쉽지 않으리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부산과 서울은 객관적 전력부터 달랐다. 서울은 K리그 최강의 빅클럽 가운데 하나다. 전력 누수도 거의 없었다. 반면 부산은 매 경기 18명 스쿼드 꾸리기도 벅찬 중소클럽이다. 더구나 경고 누적 등 여러 가지 연유로 주전급 선수 6명이 제외됐다. 이변 없이 경기는 서울의 일방적 흐름 속에 대패로 마무리됐다.


조금은 억울할 법도 했다. 이날 빠진 6명 가운데 절반은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됐다. 박종우(수비형 미드필더), 김창수(측면 수비수), 이범영(골키퍼) 등이다. 공교롭게도 세 명은 모두 주전급 수비 자원이다. 부산은 톱니바퀴와 같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수비가 최대 강점인 팀이다. 중추가 사라지며 특유 ‘질식 수비’는 자연스럽게 무너졌다. 속절없는 대패는 당연한 결과였다.

올림픽 대표팀 엔트리는 총 18명. 이 가운데 K리거는 고작 8명에 불과하다. K리그 클럽이 16개란 걸 감안하면 팀 당 0.5명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부산은 다른 팀에 비해 6배나 많은 전력을 올림픽으로 잃어버렸다. 불만을 품어도 이상할 게 없는 전력의 손실이었다.


하지만 안 감독은 “충분히 감수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결과를 놓고 보면 손해가 분명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일종의 ‘투자’란 설명이었다. 실제로 안 감독은 제자들의 대표팀 선발을 부추겼다. 이범영의 경우만 봐도 그러하다. 올 시즌 안 감독은 이범영 대신 전상욱을 주전 수문장으로 세웠다. 이범영이 올림픽 때문에 빠질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면서도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부산 경기를 관전하러 올 때면 이범영을 선발 출장시켰다. 눈도장을 받게 한다는 계산이었다.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 세 명은 모두 실력과 잠재성 면에서 좋은 평을 받는다. 당연히 이전부터 국내외 클럽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올림픽은 이들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선수로 성장시켜줄 무대다. 박종우와 김창수는 대표팀 주전으로서의 입지까지 굳혔다.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친다면 더 많은 러브콜이 쏟아질게 분명하다.


특히 유럽 등 해외 클럽의 이적 제의가 온다면 주저 없이 보내주겠다는 게 안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큰 무대에서 좋은 환경을 체험하고, 선진 축구 문화를 배워오라 했다. 그래야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 이들이 해외 무대에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이후 부산에 돌아와 선수 혹은 코치로 활동한다고 생각해보라. 멀리 내다봤을 때 팀의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부산은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미래지향적 팀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안 감독은 현 위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애쓴다. 그는 “전력 누수를 걱정하기 보다는 잠재력 있는 젊은 선수들을 통해 이를 극복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이 올림픽 차출 선수들의 공백을 메워주면 더 없이 좋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주진 않겠다. 성장기에 있는 선수들인 만큼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느 팀보다 뜨거운 여름을 통해 더 강한 팀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였다.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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