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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계좌번호'인데 왜 안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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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지정 계좌 서비스, 정보유출 우려로 부진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어, 그 통장의 계좌번호가 뭐였지?"

직장 내 소규모 모임 5개의 총무와 회계를 맡고 있는 직장인 A씨는 각 모임별로 통장을 따로 만들어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각 모임마다 통장이 달라 회원들이 회비 입금을 위해 계좌번호를 물어보면 번호를 헷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A씨는 최근 모임 통장의 계좌번호를 자신의 휴대폰 번호로 바꿨다. 본인이 잊어버릴 염려도 없고 회원들도 쉽게 기억할 수 있어 1석2조다.


일부 은행권에서 제공하고 있는 이른바 고객지정 계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실제 사례다. 그러나 이 서비스의 편리성에 비해 이를 사용하는 이들은 의외로 소수다. 왜 그럴까.

은행별로 이 같은 서비스의 가입 고객을 보면 기업은행의 '내가 만든 평생계좌' 서비스에 가입한 계좌수는 최근 250만좌를 넘어섰다. 반면 국민은행의 '고객지정계좌 개설 서비스' 가입좌수는 40만좌에 불과하며 우리은행의 '휴대폰 계좌번호 서비스'와 '희망번호 계좌연결 서비스'는 20만좌 수준이다.


자신이 원하는 계좌번호를 만들 수 있는 데도 이렇게 부진한 이유가 무얼까. 이는 자신의 계좌번호를 통해 휴대폰 번호나 집 전화번호, 심지어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국민은행은 이 서비스를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지난해 말 중단하기도 했다. 올 1월 말 일부를 보완해 다시 재개하기는 했지만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민은행은 숫자 '9' 뒤에 핸드폰의 번호를 붙여 계좌번호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보완된 서비스에서는 숫자 '9' 뒤에 8자리 고객 지정번호와 은행이 지정하는 2자리가 붙게 됐다.


우리은행이 여타 은행과 달리 입금 전용 계좌에만 번호 지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보이스 피싱 등으로 인한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이스 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중은행들이 가장 주시하고 있는 점이 바로 고객정보 유출 가능성"이라며 "은행권에서 고객지정 계좌서비스에 주력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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