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위기의 산단]①온수공단 "낡고 숨막혀 젊은이 다 떠나"

시계아이콘02분 41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생산시설 대부분 30년 이상‥ 노후화 심각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박나영 기자] 지난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 경제의 압축성장을 이끌어온 국가산업단지가 중대 기로에 섰다. 온수ㆍ남동ㆍ시화ㆍ반월 등 국가산업단지들은 수십년 된 낡은 건물과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기반시설이 낙후돼 고비용 구조, 기업 생산성 향상 저해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반월단지는 지원시설용지가 전체의 7.9%에 불과하다. 시화ㆍ반월산단은 주차장 부족으로 1일 불법 주정차 차량이 3만 대를 넘을 정도다. 또 남동산단은 업체 한 곳 당 산업용지 면적이 1738㎡로, 아파트형 공장 위주인 서울디지털단지를 제외하면 전국 산업단지 중 가장 좁다. 증축과 신축이 제약받는 곳도 있다. 온수산단은 300㎡ 이하의 범위에서만 심의를 통한 증축이 가능하고 신축은 전면 금지돼 있다.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기계를 돌리기보다 공장 임대업으로 발길을 돌리는 업체들까지 우후준숙처럼 늘어나고 있다. 남동산단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임차업체 수는 남동산단 전체 입주업체의 63%에 달한다. 일자리 창출 점수도 낙제점이다. 열악한 이 곳에서 흔쾌히 일하겠다는 젊은이들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이에 수십년간 정 들었던 터전을 버리고 공단을 떠나는 업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현 상황을 개선할만한 뚜렷한 대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편집자주>


구로 온수 산업단지가 생산시설 노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설 대부분이 30년 넘게 사용되면서 제품 생산과 업체 경쟁력 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단지 내 입주업체들이 직원 10명 이내의 영세한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문제해결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온수 산업단지(옛 영등포 기계공업단지)는 1971년 11월 서울지역 민간 산업단지로는 가장 먼저 형성됐다. 정식 명칭은 '서울온수일반산업단지'다. 1970년대 수도권 경제성장을 이끈 대표적인 곳이다. 현재는 섬유·펄프·종이·유리·고무·기계장비 등의 업종에서 완제품 생산 보다는 부품 생산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13일 오후 구로구 온수동 온수 산업단지.


140여 개의 업체가 입주해 있는 단지 주변은 공장 가동으로 소란스러웠다. 산업단지 초입까지의 적막함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완성품을 차량에 실어나르고, 자재를 생산라인 쪽으로 옮기는 등 장마철의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근로자들은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업무환경은 그에 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공장을 비롯한 내부 환경은 노후화로 개보수를 요하는 곳이 많았다.


작업장 곳곳은 생산에 필요한 자재들로 빈틈 없이 들어차 있어 여유공간 없이 협소했다. 심지어 조명시설 고장으로 내부가 어두운 곳도 눈에 띄었다.


[위기의 산단]①온수공단 "낡고 숨막혀 젊은이 다 떠나" ▲ 1970년대 초 산업단지 조성 초창기 때 지어졌다는 한 생산공장. '더욱 좋게 더욱 싸게 제 때에'라는 문구가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AD


7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는 한 대형공장은 외관부터 허름했다. 벽면은 갈라지고 페인트는 벗겨져 볼품 없는 모습이었다. 산업단지 조성 당시 지어졌다는 이 공장의 외벽에는 '더욱 좋게 더욱 싸게 제 때에'라는 문구가 써 있었다.


내부 환경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통풍이 잘 되지 않아 천장 구석에 습기가 차 곰팡이 핀 흔적이 많았다. 요즘 같은 장마철이면 그 정도가 심해져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도였다.


근로자들이 샤워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단지 화장실과 함께 사용하면서 등목 정도를 할 수 있는 비좁은 시설이 전부였다.


이 공장에서 일한다는 한 근로자는 "이 건물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 때 지어졌으니까 한 40년 됐을 거다"며 "우리 같은 사람이야 열악해도 익숙해 져서 괜찮지만 젊은사람들은 여기서 일 못한다"며 땀을 훔쳤다.


인근의 한 전기·전자 제조업체 공장 내부는 마치 찜통을 옮겨 놓은 듯 열기로 후끈했다.


에어컨은 찾아볼 수 없었고 업무 중이던 2명의 근로자 옆으로 조그마한 선풍기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더운 날씨로 인해 시원한 바람 보다는 따뜻한 바람을 내뿜었다.


사무용품을 생산하는 업체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회사) 형편도 어려운데 에어컨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며 "너무 더우니까 일하는 내내 (선풍기를) 틀어 놓긴 하는데 별로 시원한지 모르고 일한다"고 말했다.


단지 내 실상이 이런대도 입주업체들은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생산시설 개선과 안전시스템 구축에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다.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절차가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건물주 입장에선 시설 정비를 꺼리고, 입주한 임대인들 역시 가뜩이나 생산비 절감에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 터라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단지 내 공장들의 증축과 신축, 임의의 리모델링을 제한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창식 온수 산업단지관리공단 부장은 "30~40년씩 된 시설들 치고 괜찮은 편이지만 여전히 공장 내부에 좁고 협소한 곳이 많다"며 "업무환경과 생산시설 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로구는 증축에 대해서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심의를 통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온수 산업단지는 지난 2008년 6월 지구단위 계획이 수립되면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상태. 이에 따라 내부 보수나 시설 정비는 별도의 허가 없이 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300㎡ 이하의 범위에서만 심의를 통한 증축이 가능하고 신축은 전면 금지돼 있다.


이에 대해 구로구 도시계획과 김태 주무관은 "특별계획구역 지정을 통해 토지의 시설 계획이나 용도 계획 등의 규정을 정해 둔 상태"라며 "신축의 경우 향후 계획적 관리 차원에서 다른 조합원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와서는 이런 여건을 버티고 못하고 공장을 이전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임대료 지출을 줄여 생산비 절감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2008년 160개가 넘던 업체 수는 현재 140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박나영 기자 bohena@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