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2008년 경제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안정되는 듯하다 다시 악화하기를 거듭해왔다. 글로벌 경기가 악화하면 각국 중앙은행은 어김없이 부양책으로 경기를 다시 안정세로 돌려세웠다.
클레펠드금융자문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롬 클레펠드는 최근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기고문에서 최근 불거진 위기도 각국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의 약발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경제전문가들은 당면 위기를 '소프트패치(경기 상승 국면에서 일시적인 어려움)'라고 부르며 경기부양책만 있으면 본격적인 회복 국면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서는 클레펠드 CEO도 공감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위기 재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위기 재발 가능성의 근거로 든 것은 아래 5가지다.
◆여전한 유럽 위기=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블록인 유럽의 경기가 이미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유럽의 실업률은 11%를 넘어섰다. 제조업 경기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10개월 연속 위축됐다. 이는 앞으로 더 악화할 듯하다. 더욱이 유럽의 희망이었던 프랑스ㆍ독일도 경기둔화에서 예외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날로 커져만 가고 금융시스템의 취약성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제한적인 경기부양=중국의 경제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몇 년 전과 달리 경기부양책은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2009년과 달리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당시 경기부양으로 엄청난 악성부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도와 브라질 경제의 성장둔화=신흥경제 국가들 중 가장 주목 받았던 인도와 브라질의 경제도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인도는 9년만에 가장 저조한 경제성장률로 휘청거리고 있다. 브라질의 지난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몇 년 전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할 때 인도와 브라질은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그러나 이제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역부족인 미국의 경기 회복세=미국의 경우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자력으로 회복할 수 있을만큼 빠른 것은 아니다. 미 실업률이 낮아졌다지만 최고 실업률에서 겨우 3.6%포인트 낮은 8.2%에 그치고 있다. 고용의 질은 더 악화했다. 비정규직이 늘고 정규직은 감소한 것이다. 미 고용시장이 불안하다는 것은 미국인의 지갑이 얇아졌다는 뜻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경제전문가 데이비드 로젠버그에 따르면 세금과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미국인의 실질 가처분 소득은 7개월 연속 줄었다. 미 경제가 저축보다 소비에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인의 가처분 소득 감소는 위험한 수준이다.
◆약발 떨어지는 경기부양책=부양책으로 반짝 살아나는 경기 회복세 지속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새로운 경기부양책이 나와도 효과 기간은 전보다 짧을 수 있다. 더욱이 지난 수차례의 경기부양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통화정책에 기반한 경기부양책은 자력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일개 중앙은행이 세계가 안고 있는 과도한 부채 자체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병의 증상만 완화할 수 있을뿐 병 자체를 치료하지 못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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