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서울시의 음식점들이 쓰러지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2만개나 줄었다. 구청에 폐업을 신고하는 식당 주인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털어놓고 있다.
22일 서울시 공중위생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서울시의 일반음식점은 11만3823곳으로 2년 전보다 2만개나 줄어들었다. 일반음식점은 한식과 중식, 양식, 치킨집 등을 포함하고 있다. 주요 자치구들은 최근 경기침체로 음식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음식점은 지난 2005년 11만8808곳에서 2006년 11만6012곳, 2007년 10만9962으로 급감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 11만3041곳, 2009년 13만1918곳으로 급증했다. 2010년에는 다시 예년 수준인 11만4621곳을 기록했다.
4000여 곳의 음식점이 몰려있는 종로구의 경우 1월 30곳, 2월 31곳에 이어 3월 들어 21일 현재 13곳이 문을 닫았다. 중구 역시 같은 기간에 각각 16곳, 12곳, 12곳이 폐업했으며, 성동구도 11곳과 18곳, 7곳이 폐업신고를 냈다.
성동구 관계자는 "폐업신고를 하는 음식점 주인들은 IMF때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고 전했다. 성북구 종암동 김밥전문점 사장 A씨는 "10년 동안 김밥 한 줄에 1000원으로 값을 동결했다"면서 "올 들어서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올해 3분의 1정도 줄어든 상황이지만 손님 떨어질까 봐 김밥 값을 올릴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박희석 시정개발연구원 서울경제분석팀장은 "2009년 말까지 1년 동안 금융위기 이후 음식점 등록숫자가 2만개나 늘어난 것은, 경기가 좋지 않아 생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특히 식당업은 55세 이상 은퇴자들이 많이 뛰어든 업종"이라면서 "2009년께 음식점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여전히 경기침체인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폐업한 곳들이 다시 늘어나는 등 음식점들도 양극화 현상이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경영사정이 나빠지면서 서울시민의 체감경기는 1분기 중 3년 사이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소비자 및 기업 체감경기 전망'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체감경기를 대표하는 100을 기준으로 한 소비자태도지수는 1분기 중 82.7로 전년대비 9.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값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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