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가로, 세로 19개의 줄이 그어진 바둑판, 그 안에 자리잡은 361개의 점을 검은돌과 흰돌로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바둑이다.
영토확보를 위한 경쟁, 자원의 효율적 활용, 이익을 교환하는 거래행위, 바둑을 대표하는 3가지 요소다. 경영의 3대 요소와 밀접하게 닮아있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11일 명지대 바둑학과 정수현 교수를 초빙해 '바둑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를 주제로 한 강연을 들었다.
정수현 교수는 "한국 바둑의 최강 발전 신화는 삼성의 글로벌 기업 발전 신화와 유사한 점이 있다"면서 "바둑의 대마는 기업조직에 비유할 수 있고 부분과 전체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바둑과 기업은 유사하다"고 말했다.
프로 9단이기도 한 정 교수는 삼성그룹 사장단에게 바둑의 지혜와 격언을 경영에 도입하라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바둑에서 대마를 무겁게 만들지 말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건 기업을 탄력있는 조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과 닮아있다"면서 "특히 바둑에서 사석, 언제든지 버릴 각오를 하라는 점은 기업 운영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돌의 체면을 세워줘라는 말도 있다"면서 "기업으로 말하자면 임직원 하나하나가 전체를위해 자기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의사결정에 대한 중요함도 바둑을 통해 역설했다. 정 교수는 "바둑은 매순간 돌을 놓을 때마다 의사결정을 하는데 이를 잘하려면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하고 의사결정시 각 대안에 대한 미래를 예측하고 예측된 결과를 판단하는 부분이 닮아있다"고 말했다.
영원한 강자가 없는 바둑의 세계도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와 달아있다.
정 교수는 "바둑의 최고수는 천적에 의해 바뀐다"면서 "이런 고수들은 천적이 출현해서 자신의 위치가 위허해지면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는데 경영자 역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 스타일만 고집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조훈현 9단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조훈현 9단의 경우 바둑을 빨리 두기로 유명해 별명이 '제비'였지만 천적이 나타난 뒤 스타일을 바꾸어 공격적인 바둑을 구사하는 '전신'으로 별명이 바뀌었다.
끝으로 정 교수는 바둑용어에 대한 재미있는 해설을 덧붙였다. 경영, 시사에서 사용하는 상당수 용어들이 바둑용어라는 점이다.
정 교수는 "우리가 흔히 쓰는 포석, 정석, 수순, 초읽기, 묘수, 악수 등은 모두 바둑 용어"라며 "기업 경영이나 시사에 흔히 쓰이는 것은 바둑판 안에 세상살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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