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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SK 공방에 불똥 튄 정부 법령 2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1초

SK C&C는 과징금 못 때리고 변죽만
공정위-SK 공방, 법 구멍 있네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법률 개정이 필요한 대목인 게 맞습니다. 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입니다."(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

"(인건비) 쥐꼬리만큼 받았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단가 후려치는 건 아니겠죠? 고시단가 부활론부터 나오더라고요."(중소 IT 기업 사장)


불똥이 정부로 튀었다.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 제재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SK그룹 간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정부의 '법령 타당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편에서는 공정거래법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지식경제부가 고시단가를 폐지한 조치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공정위의 SK그룹 7개 계열사 과징금 '폭탄'에는 SK C&C가 빠졌다. 7개 계열사는 '부당행위를 한 (사업)자'로, 일종의 가해자인 반면 SK C&C는 '부당행위를 당한 자'로 분류돼서다.


SK C&C를 제외한 SK텔레콤(과징금 249억8700만원) SK이노베이션(36억7800만원) SK에너지(9억500만원) SK네트웍스(20억2000만원) SK건설(9억5500만원) SK마케팅앤컴퍼니(13억4500만원) SK증권(7억7100만원) 등 7개사는 과징금 제재 명령을 받았다.


SK C&C 입장에서 보면 높은 단가를 적용받아 수조원의 이익도 내고 수십~수백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제재도 피할 수 있었다. '법의 테두리'에서 2중의 보호를 받은 셈이다.


현재의 공정거래법상으론 SK C&C를 함께 제재할 근거가 없다. 공정거래법은 부당행위를 한 쪽을 제재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행위 주체에 책임을 묻는 법 체계로, 세법과는 차이가 있다.


신영선 공정위 국장은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공정위는 시장 질서를 위반한 사업자를 제재하는 기관으로, 현재 공정거래법상으로는 불공정행위를 한 사업자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 주장대로 총수 일가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SK그룹이 일감을 SK C&C에 몰아줬다면 SK C&C가 과징금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신 국장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법령 자체에 '구멍'이 있다는 점을 공정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과거 제약사 리베이트 제재도 마찬가지 사례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에는 대규모 과징금을 물렸지만 사실상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주체는 제재를 할 수 없었다. '아픈 놈은 더 아프고, 좋은 놈은 더 좋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다.


공정거래법 외에 지식경제부가 지난 2월 폐지한 고시단가를 둘러싼 잡음도 곳곳에서 들린다. '고시단가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을 맺는 업계 관행을 무시하고 고시단가에 맞춰 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SK그룹이 과징금 폭탄을 맞은 데 따른 후폭풍이다.


'그동안 제 값을 못 받아 억울했는데 이젠 더 받을 수도 없게 됐다'고 IT 업계는 반발한다. 한 IT 중소기업의 관계자는 "단가 하한선을 둔 정부의 고시단가로 그나마 법의 보호를 받았는데 이번 조치가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를 조장할까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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