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수 1000여개로 새로운 강자로 부상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로 가전업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롯데쇼핑은 이번 하이마트 인수를 계기로 국내 가전판매 업계의 최강자로 떠오르게 됐다. 금융업계는 벌써부터 롯데쇼핑에 대한 재평가 작업에 돌입했다.
롯데쇼핑이 국내 최대 가전제품 판매체인회사인 하이마트를 전격 인수했다. 롯데쇼핑은 6일 유진기업과 선종구 전 회장, HI컨소시엄 등 하이마트 3대 주주가 보유한 지분 65.25%(1540만주)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이틀 만이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칼라일 등과 본 입찰에 참여했으나 MBK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사실상 롯데쇼핑의 인수는 무산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MBK가 협상 기한인 2일을 넘기면서 본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롯데쇼핑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왔다. 롯데쇼핑의 지분 취득시점은 사실상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승인이 난 이후부터다. 9월에서 10월 사이 진짜 ‘주인’으로 탈바꿈한다는 얘기다.
롯데쇼핑 가전양판 최강자로
롯데쇼핑은 이번 하이마트 인수를 통해 300여개가 넘는 가전판매점을 갖게 된다. 롯데쇼핑은 롯데마트와 디지털파크 사업을 연계할 예정이다. 해외진출 등의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HMC투자증권은 이번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재평가’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하이마트는 그동안 검찰수사와 내부 임직원 동요가 심해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이 힘들었다. 롯데쇼핑의 인수로 기존의 주주 리스크 해소와 함께 실추됐던 신뢰성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새로운 주인을 찾은 만큼 기업가치 제고와 주식시장에서 재평가가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 HMC투자증권의 분석이다.
박종렬 애널리스트는 “하이마트는 당장 영업 정상화가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하반기 실적 개선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현재 하이마트 점포는 314개다. 롯데쇼핑의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은 총 760여개로 이 두회사가 합쳐지면서 전국의 점포수는 1000개를 넘게 된다. 이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매우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시너지를 최대한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SSM), 세븐일레븐, 롯데홈쇼핑, 롯데카드 등 다양한 유통채널로 하이마트와 시너지 극대화가 충분하다. 기존 하이마트 매장을 재구성해 집객 효과를 높여 외형과 수익향상도 기대된다.
또 해외사업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롯데쇼핑은 이미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대형마트와 백화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채널을 접목하면 하이마트의 손익 증대가 예상된다.
하이마트 하반기 실적 개선 가능
하이마트는 당장 7월부터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7월 전국 동시세일을 통해 영업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조직망을 재정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미 미뤄왔던 신규점포 확장도 시작했다. 지난 1분기까지 2개의 신규점만 오픈했지만 6월에는 8개점을 점포를 새롭게 냈다. 하반기에는 18개점을 공격적으로 개점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정구 전 하이마트 회장의 구속으로 잠정 보류된 인도네시아 해외사업도 재개될 예정이다.
업계는 하이마트 인수로 최강자로 부상한 롯데쇼핑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갈등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약해졌지만 롯데 브랜드를 달면서 인지도 역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00여개의 점포수는 관련 업계에서도 위협적인 존재다. 현재 하이마트 대부분이 대형 매장으로 향후 롯데마트와 연결해 또 다른 대형마트나 SSM으로 탈바꿈 하지 않을지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이렇게 변신시키면 순식간에 전국 1000여개의 점포 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 자원조달 어떻게?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하이마트 300여개 점포를 가진 하이마트를 인수한 것은 매우 주목하고 있다”며 “대형마트로 전환하기는 법률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있겠지만 기업형슈퍼마켓(SSM)으로 결합할 경우 업계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1조2480억원으로 인수하면서 인수가격은 물론 자금조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만족한 가격이라고 하지만 롯데쇼핑이 보유한 현금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롯데쇼핑이 보유한 현금이 크게 줄어 계열사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롯데쇼핑의 수익성을 고려할 때 재무적으로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1조4324억원(연결기준)이다. 재무제표상 연결된 회사를 제외하면 보유 현금은 4666억원이다. 운영자금 등을 감안하면 당장 쓸 수 있는 현금도 적다. 이 때문에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대출, 계열사 지원 등 작업도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도 적지 않다. 이미 지난 5월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재무제표에 부담이 될 것이다”고 하향 검토 의견을 나타냈다. 차입금도 지난해 3.4배인 EBITDA대비 차입금비율이 올해 약 4배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금융계에서는 “다만 하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시너지가 발생할 경우 현금창출력 부분이 개선가능해 단기적 차입은 롯데쇼핑으로서는 부담이지만 장기적으로 영향이 상쇄한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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