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객실에서 식사는 밖에서...
-식음료 고객 10% 감소
-경기 무풍지대는 옛말
-할인,특선 메뉴 손님끌기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객실은 꽉꽉 찹니다. 특히 패키지 이용 고객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서 올 여름 휴가 시즌에도 객실 예약률이 80~90% 상회하니까요. 그런데 식사는 밖에서 하는 분들이 많아서 사실 좀 고민입니다."
한 호텔업계 담당자의 말처럼 특급호텔들이 식음료 부문 매출 강화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심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고객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최근 식음료장 등을 리노베이션했지만 정작 매출은 크게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호텔 객실은 올해 2만7000실, 내년에는 3만실 이상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식음료객장은 점심시간에도 자리 채우기가 쉽지 않다. 업계는 불황 탓에 올해 유독 연회장 이용과 개별객장 이용객들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강남 내 호텔들의 식음료 고객은 전년대비 10%, 그랜드 힐튼호텔은 5% 가량 감소했다. 호텔에서는 잠만 자고 밥은 밖에 나가서 사먹는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호텔이 본래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올해는 불경기임을 몸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보텔 강남 관계자는 "객실은 방이 모자랄 지경이지만 식음 부문은 이보다 조금 떨어진다"며 "내수가 어려워서 그런지 호텔 밖에서 워낙 저렴한 메뉴를 팔다보니 고객들이 패키지에 포함된 조식 외에는 추가로 시켜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동공 롯데호텔서울의 식음료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크게 하락하진 않았지만 이렇다 할 신장세 역시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올해는 다행히 식음료 매출이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매년 신장세를 보였던 것을 상기하면 불경기를 타고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특히 롯데호텔서울은 주력 레스토랑을 강화하는 대신 일부 식음료장은 정리했다. 2011년 2월 맥주바 바비런던, 2010년 7월에는 피아노바 콘셉트의 윈저를 없앴다. 이에 앞서 2010년 6월에는 회원제 클럽 레스토랑이었던 메트로폴리탄을 접고 대신 한식당 무궁화와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를 강화했다. 매출 하락을 보이는 것은 과감히 접어 '선택'과 '집중'에 주력한 셈이다.
지난 2010년 총 750여억원을 투자해 6개월동안 호텔 전체 리노베이션을 단행한 플라자호텔 역시 식음료 매출이 눈에 띄게 성장하지는 않고 있다. 플라자 호텔 관계자는 "고객 인지도 제고와 식음료부문 활성화를 위해 올해 식음료 매출 목표치를 전년 목표치 대비 15% 정도 높게 책정하고 이를 위한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살아남기 위한 호텔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플라자호텔은 주말 코스메뉴를 주중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역발상'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중식당 도원, 일식당 무라사키, 이탈리안레스토랑 투스카니 등 3곳에서 7~8월 두 달 간 1인당 5만5000원인 '주말 특선 메뉴'를 오히려 주말에 30% 할인해주기로 한 것. 보통 주말이 주중보다 10%가량 비쌌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호텔 수준의 메뉴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아예 호텔 밖 외부 레스토랑세업에 주력하는 곳도 있다.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은 이달 초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 36층에 워커힐 직영의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 '파로그랜드'를 개장한다. 지난해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 케이터링 사업과 비자비(VIZAVI) 뷔페 레스토랑ㆍ위즈윗(WIZWIT) 펍앤레스토랑을 개장한 워커힐은 앞으로도 케이터링 서비스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분당 헤리티지 럭셔리 시니어 타운 내에 연회 케이터링 및 3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 서울 근교의 골프장 클럽하우스 6곳에도 케이터링 사업을 벌이고 있다.
워커힐 호텔 관계자는 "고객 니즈가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이를 충족시켜 줄 상품의 다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며 "호텔과 동일한 수준의 메뉴들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맛 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호텔 외부사업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커힐F&D 사업부는 현재 총 20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이를 통해 외식 사업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18%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호텔들이 전반적으로 식음료 부문이 심각하다고 할 정도로 애를 먹고 있다"며 "리노베이션까지 싹 해놨는데 밥이 안 팔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IMF때에도 객실은 꽉 찼지만 식음료는 안됐다"며 "식음료 부문은 경기를 타기 때문에 최근 경기가 위축됐다는 환경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또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인, 기업인 들이 호텔 출입을 삼가며 몸을 사리기도 하기 때문에 이모저모로 어렵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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