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28~29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도출된 합의가 중요한 전진을 이룬 것이지만 여전히 상당히 부족하다고 평했다. 그는 EU 정상회의 합의안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등했지만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엘-에리언 "EU 정상회의 돌파구 마련못해"= 29일 미 온라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엘-에리언은 CNBC의 '스쿼크 박스(Squawk Box)'에 출연해 "EU 정상들은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중요한 결정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 판단으로는 이번 합의가 돌파구는 아니며 여전히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이번 (주식시장) 랠리가 힘을 잃으면 위기가 다시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엘-에리언은 "재정 연합, 정치 연합, 은행 연합에 대한 계획과 약속이 부족하다"고 꼬집으며 투자자들에 계속 신중할 것을 권고했다.
◆로저스 "문제 더욱 악화시켜"=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도 EU 정상회의 합의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금융 대재앙(financial amageddon)'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저스는 유럽 정상들이 결국 돈을 더 빌려주는 방법을 택했다며 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너무 많은 부채에 대한 해법은 더 많은 부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작은 합의는 은행들이 좀더 오래도록 더 많은 부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로저스는 "사람들은 돈이 없으면 지출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금융 대재앙을 초래하더라도 정부가 파산 위기에 몰린 은행을 구제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은 환영..스페인 국채금리 폭락= 한편 EU 정상들은 28~29일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럽안정기구(ESM) 기금의 유로존 은행 직접 대출, 이들 구제금융펀드가 유럽중앙은행(ECB)을 통해 유로존 국채를 매입하는 방안, ECB를 중심으로 연내 단일화된 은행 감독 기구 설립 등에 합의했다.
정상들은 단일화된 은행 감독 기구가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함으로써 구제금융펀드가 정부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은행들에 자금을 대출해줄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는 정부의 개입 없이 이뤄지는 것으로 정부 부채 증가 없이 은행 지원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그동안 직접적인 은행 대출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던 독일이 한발 물러났지만 독일은 은행 감독 기구가 충분한 통제권을 가진 후 직접 대출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한 EFSF나 ESM을 통해 이뤄질 스페인 은행 구제금융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이번 건에 한해서만 적용치 않기로 했다. 다만 하나의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향후 같은 상황이 발생시 우선변제권 예외가 적용될 여지를 남겼다.
EU 정상회의 합의안 소식에 29일 미국 S&P500 지수가 2.49% 급등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동반 랠리를 펼쳤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금리는 큰폭으로 하락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38%포인트 급락한 5.82%,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61%포인트 폭락한 6.33%에 거래를 마감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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