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택시에 이어 화물차가 멈추더니만 택배 차량까지 들썩이고 있다. 수송망 전반에 걸쳐 비상 경고음이 들려온다. 연료비 상승만큼 운임이 오르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해묵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
화물연대 파업은 2003년, 200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요구 조건은 표준운임제 도입, 운송료 30% 인상, 노동기본권 보장 등 똑같다. 10년 가까이 같은 일로 세 번째 파업 사태를 빚은 것은 기본적으로 화물운송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 화물운송 시장은 수출입 업체-대형 운송사-알선 업체-영세 운송사-(지입)화물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 방식이다. 운임의 3분의 1 이상을 중간 단계에서 가져가는 후진 구조다. 화물연대는 최소한 수입을 보장하는 표준운임제 도입을 요구했고, 정부는 2008년 파업 때 표준운임제 법제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운임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산업계의 반발과 위반 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 왔다. 2003년 파업 때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4대 보험과 노동법을 적용 받지 못하는 화물노동자의 현실을 인정하는 법도 만들기로 약속했는데 여태 소식이 없다.
택배업계 사정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2004년 화물차를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꿨다. 이후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았는데 택배 물량이 급증했다. 노란 번호판(영업용) 가격이 크게 오르고 불법인 흰 번호판(자가용)을 달고 배달하는 차량이 늘어났다. 택배 차량의 41%가 무허가 비영업용이다. 현실을 감안해 눈감아오던 정부가 지난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신고 포상금을 지급하는 카파라치 제도를 도입했다. 경기도가 가장 먼저 조례를 만들어 다음 달부터 시행할 예정이고, 서울시도 비슷한 조례가 의회에 계류 중이다.
이유야 어쨌든 힘의 논리가 아닌 대화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부터 단호한 대응만 외치지 말고 화물연대와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화물연대 파업이 반복되는 것은 근본 해결책 없이 미봉책으로 대응한 결과다. 화물연대의 요구 사항 중 가능한 것은 강력하게 추진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설득해야 할 것이다. 후진적 물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술해 물류대란의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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