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영규 기자]"올해 같으면 정말 농사 못짓겠습니다. 부모님이 하시던 농사를 물려받아 30년 이상 해오고 있는데, 올해처럼 심각한 적은…"
경기도 화성에서 20마지기의 논농사를 짓고 있는 김은수 씨(68). 3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지만 김 씨는 올해처럼 농사가 힘들고, '퍽퍽'한 적은 없다고 토로한다.
그도 그럴것이 김 씨의 한탄은 엄살이 아니다. 경기도내 논바닥은 104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쩍쩍 갈라지고 있다. 도내 논의 0.2%인 223ha에서 아직 모내기를 못하고 있다. 또 이양한 논 중 0.2%(218ha)는 물이 마르면서 벼가 말라죽고 있다.
경기도는 24억 원의 긴급예산을 편성, 관정과 지하수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물이 나올만한 곳은 죄다 구멍을 파서 물을 뽑아 쓰겠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번에는 25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생명수'인 팔당호 물을 끌어다 쓰기로 했다. 지난 22일부터 4만t의 물을 받아쓰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팔당호에서 물을 끌어다 농사에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도내 저수지 저수율이 34.8%까지 떨어졌기 때문. 경기도내 저수율이 50% 밑으로 급락한 것은 지난 1950년 6ㆍ25이후 처음이라는 게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기도와 연접하고 있는 충청도 역시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충청권도 긴급예산을 편성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가뭄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농가'에 이번에는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이달 초부터 벼의 잎을 말라 비틀어지게 해 죽게 만드는 '애멸구'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 2007년 경기도와 서해안일대에서 발생한 애멸구보다 밀도가 높다. 그만큼 농가 피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충남 홍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정미면씨(58)는 "가뭄도 문제지만, 애멸구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정 씨는 이번 애멸구는 중국에서 저기압을 타고 날아온 것으로 과거의 예를 보면 강도가 무척 세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충남 농업기술원은 충청도 등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벼 20주당 애멸구가 평균 10~20마리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 1일 애멸구 주의보를 발령했다. 경기도도 지난 24일 애멸구 주의보를 내렸다.
충남 농기원관계자는 "애멸구 밀도가 갑자기 높아진 것은 중국에서 발생한 애멸구가 5월 말 저기압을 따라 중국으로부터 날아왔기 때문"이라며 "애멸구에 의해 발생하는 줄무늬잎마름병, 검은줄오갈병은 일단 발생하면 치료할 수 없는 바이러스병으로 피해가 심할 경우 수확량을 50% 이상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줄무늬잎마름병과 검은줄오갈병 등 벼 병충해의 매개체인 애멸구의 확산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점이다. 이미 충남 당진시 정미면, 대호지 등 해안과 가까운 논에서 애멸구에 의한 줄무늬잎마름병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농기원은 충청권에서 발생한 애멸구가 확산되자, 전문가 24명으로 농촌현장기술지원단을 꾸리고, 농민들에게 항공방제와 광역살포기 등을 동원한 신속한 방제를 당부했다.
경기도 농기원은 애멸구 박멸을 위한 약제로 ▲명타자 ▲세베로유제 박멸탄 ▲에니원수면전개제 ▲카보설판입제 등을 제시했다.
이영규 기자 이영철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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