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③
일상생활에서 환자들이 ‘갑상선에 걸렸다’고 하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러나 ‘갑상선’이란 질환명이 아니라 목 중앙부에 위치한 신체장기의 이름이며,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분비시키는 기능을 한다. 또한 이 호르몬의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다양한 신체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바로 이런 복잡한 임상소견을 환자들은 ‘갑상선에 걸렸다’는 단순한 표현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갑상선(甲狀腺)의 한자풀이는 ‘방패모양의 샘’이란 뜻으로 고대 그리스전투에 자주 사용됐던 ‘날개 편 나비’형상의 독특한 방패(예를 들어, ‘트로이’영화에서 주인공 ‘브래드 피트’가 든 방패와 흡사함)의 이름에서 유래했고, 샘이란 표현에서 내부적으로 뭔가를 분비하는 기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갑상선은 우리 몸 안의 에너지를 조절하는 보일러와 같아서 너무 지나치게 스위치가 켜져 있거나 오작동이 일어난다면 비교적 상반되는 불편한 증상을 겪게 된다. 갑상선기능이 항진되면 신경이 예민해져 짜증내기 쉽고 불안해하며, 손발이 떨리고 더위를 타며 땀이 잘 난다. 심장이 잘 두근거리고 맥박이 빨라지며, 장운동도 빨라져 무른 변을 자주 보거나 설사가 생길 수도 있으며, 식욕이 왕성해 많이 먹어도 체중은 오히려 감소하기도 한다. 가임기 여성에서는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월경량도 줄어들거나 무월경이 초래될 수도 있다. 그레이브스병에 의한 갑상선기능항진의 경우 안구돌출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갑상선기능이 저하되면 자주 피로하고 기억력이 감퇴하여 건망증을 호소할 수 있다. 머리카락은 윤기가 사라지고 잘 빠지며, 얼굴과 손발이 붓고, 추위를 타며 땀이 잘 나지 않는다. 후두 부종이 생겨 쉰 목소리가 나오거나 안쪽 귀의 부종으로 청각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맥박이 느려지며, 식욕이 없어도 살은 찌고, 장운동이 느려져 변비에 걸리기 쉽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월경주기가 길어지거나 월경량이 많아질 수 있다.
갑상선기능이상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면역체계의 이상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원인으로는 그레이브스병(갑상선자극항체에 의해 갑상선호르몬이 많이 만들어지는 질환)이 90~95%정도로 가장 많고,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원인으로는 하시모토병(만성갑상선염: 지속적인 염증에 의해 갑상선조직이 파괴되는 질환)이 가장 흔하며, 둘 다 갑상선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자기 세포를 외부의 적으로 인식해 스스로를 공격하는 질환으로, 유전되거나 가족력을 갖는 경우가 많으며, 스트레스, 바이러스감염, 약물복용, 외상 등의 자극에 의해 발병되기도 한다.
갑상선질환은 여성에게만 생기는 병으로 잘못 알고 있는 남성들을 흔히 보게 된다. 이 질환이 여성에서 압도적이기는 하지만 남성에게도 비교적 흔한 편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원인이 되는 그레이브스병은 여성이 남성보다 6~7배 더 많고,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원인이 되는 하시모토갑상선염은 20~40배 정도로 여성에서 압도적으로 발생한다. 갑상선암도 여성에서 약 4배 정도 더 많다.
갑상선기능이상의 1차적인 치료방법은 약물치료다. 호르몬 수치의 변화가 경한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필요 없으나, 중증도 이상의 심한 경우에는 반드시 치료하는 것이 합병증을 예방하는 최선책이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경우, 영양제를 복용하듯 갑상선호르몬제(씬지로이드, 씬지록신 등)를 장기간에 걸쳐 꾸준하게 복용해야 하며 의사의 지시 하에 용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치료로는 항갑상선제(메티마졸, 안티로이드 등)를 꾸준히 복용해야하며 치료과정에서 임상상태에 따라 약물의 용량 변경이 잦은 단점이 있고, 효과가 없으면 방사성동위원소치료나 갑상선절제와 같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요오드 함량이 너무 높은 건강식품을 복용하고 있다면 가능한 중단하는 것이 좋다. 급격한 체중변화에 따른 영양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균형있는 식사를 권하며, 병의 악화를 막기 위해 과도한 스트레스나 잦은 피로 환경을 피하고, 잘못된 수면습관이 있으면 반드시 교정해야 한다. 질병치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도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문형 | 서울스카이병원 유방갑상선센터 원장(외과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병원 의료경영고위과정 수료
·前 전남대학교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전임의
·前 화순전남대병원 유방내분비종양크리닉 전임의
·前 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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