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진희정 기자]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국무총리실을 필두로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등 중앙 부처 6곳이 12월 중순까지 1차로 이주한다. 올해 이전 대상 공무원은 4200명. 이들의 가족이 따라갈 경우 최소 1만명이 생활 터전을 옮기는 셈이다.
이주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옮겨가야 할 공무원들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하다. 미혼인 공무원은 결혼문제로, 기혼자는 배우자의 직장과 자녀들의 교육문제 등 숱한 난제가 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주거 문제다.
이주에 앞서 세종시 신청사 인근 지역에 아파트를 분양 받았더라도 초기 물량인 '첫마을' 등 세종시 1ㆍ2단계 아파트를 제외하곤 올해 입주 가능한 물량은 한 곳도 없다. 민간에서 공급한 아파트의 입주 시기는 빨라야 2013년 하반기, 대부분이 2014년 이후로 예정돼 있어 부처 이전시기와 길게는 1년8개월 정도 시차가 난다.
분양 받은 아파트들의 입주시기가 부처 이전 시기보다 늦어 세종시에 집을 분양받아 놓고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될때까지 임시 주거지를 또 다시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의 기간동안 조치원, 대전, 공주 등 세종시 인근 다른 지역에 전ㆍ월세를 얻어 장거리 출퇴근이 불가피하다.
세종시 내 아파트 분양에 이어 인근 지역 전ㆍ월세 비용, 여기에 교통비까지 돈이 이중 삼중으로 들어가야하는 이들 공무원들 사이에선 '신(新)하우스푸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재정부의 한 과장은 "올해 말 (세종시)내려가야 하는데, 작년에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며 "집(분양 받은 아파트)을 놔두고도 또 다른 곳에 1년 정도 주거지를 마련해야 하니 '하우스푸어'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모 국장은 "내려가는 직원들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70% 정도가 세종시에 분양을 받았더라"며 "그러나 대부분이 내년 하반기가 돼야 입주가 시작하기 때문에 다들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세종시지원단에 따르면 올해 이전 대상 공무원 4139명 중 23%(955명)만이 세종시에 거주지를 확보했다.
입주 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부가적으로 들어가야 할 지출이 늘어 직원들의 심적 부담은 더욱 크다. 또 다른 직원도 "분양을 받았지만 입주시기가 늦어 다른 집에서 당분간 월세를 살아야 할 형편"이라며 "방 값, 교통비 등 한달에 족히 70만~80만원은 더 들어갈 텐데 특별히 (정부 차원의)보전 대책도 없는것 같아 속이 쓰리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특히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대부분 자녀들의 교육문제로 '나 홀로 이사'를 준비 중인데, 세종시 신청사 인근엔 원룸이나 오피스텔이 없어 이들의 주거지 마련도 비상이다. 농식품부의 또 다른 간부는 "아이들 학교를 옮길 수 없어 주말부부를 해야 할 처지인데 현재 청사 근처엔 혼자 살 만한 원룸이나 오피스텔이 전혀 없다"며 "조치원이나 대전에 방을 구해보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이렇다보니 세종시에 집을 구하지 못한 공무원들의 일부는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세종시로 장거리 출ㆍ퇴근을 할 요량도 갖고 있다. 국토부 한 과장은 "아이들이 고1, 2학년이라 이사를 가기도 어려 운데다 청사 인근 원룸을 비롯해 공무원 아파트도 경쟁이 심해 혼자 가는 것도 포기했다"며 "집(광명) 근처에서 출퇴근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차기 정부때 부처 통폐합 등 변수가 있을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부처 직원은 "우리 부처는 상관 없으나 해양수산부가 부활한다던지 부처끼리 통폐합도 고려해야 한다"며 "일부 직원들의 경우 6개월간 이삿짐만 풀었다 쌌다를 반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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