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2012년도 거의 절반이 지나갔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유럽이 말썽이다. 유럽 위기의 근원지인 남유럽 국가들이 작금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지켜봐야겠지만 세계 경제의 지각 변동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한국 기업에도 세계 경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올림픽 이후 지난 24년 동안 재계 순위가 변해 온 만큼 앞으로 그려질 재계 지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 현대자동차, 포스코, SK 등 재계 순위 상위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현금보유고를 늘려가면서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 비용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존의 관건은 미래 시장의 사상과 화두를 누가 선점하느냐다. 선점할 수 없다면 개발 속도와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로 만회해야 한다. 한번 뒤떨어지면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핀란드의 노키아, 일본의 소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향후 25년, 50년이 흐른 뒤 재계 순위 상위 기업 중 몇 곳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기업이 한국 경제에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까.
다수의 미래학자가 제시하는 화두는 '친환경', '에너지', '고령화', '스마트', '바이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각각은 서로 다른 분야면서도 일맥상통한다. 독자 기술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융합'과 '통섭'의 개념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자동차 분야의 경우 전기차 모델을 개발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전기차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충전소 등 사회적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 전기 사용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낭비를 줄이는 스마트그리드의 도입도 필요하다.
고령화 역시 마찬가지다. 맞춤형 의약 시장이 열리면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되고, 진단 시장의 경우 유비쿼터스 헬스케어와 같은 쌍방향 스마트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은 이미 바이오시밀러 사업 등 바이오 산업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포스코는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제프리 이멀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을 초청해 국내외 발전사업 공동 개발, 에너지용 강재 개발 적용 및 기자재 제작 등과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현대차는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위해 서울대학교에 NGV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제시된 사상과 화두를 통해 미래에 무엇을 어떻게 이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이멀트 회장이 최근 사내 관리자에게 이같이 주문했다. “애매모호함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 시스템 사상가가 되라.”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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