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 사장, 비용절감 출장길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지난 3월 서울발 파리행 에어프랑스 기내. 말쑥한 차림의 수트와 곱상한 외모를 가진 한 외국인 남성이 이코노미석에 앉았다. 이 남성은 인천에서 파리까지 무려 11시간을 체구에 비해 좁디좁은(?) 이코노미석에서 보내야 했다.
주인공은 바로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다. CEO들은 해외출장시, 퍼스트클래스나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프로보 사장은 올해 1월과 3월에 다녀온 파리 출장에서 모두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
그가 해외출장을 전부 이코노미석에 앉아 다녀온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르노삼성 CEO로 부임한 이후 첫 출장길에 오른 같은 해 11월에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한 적이 있다. 올해부터 바꾼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7일 "프로보 사장이 올 들어 해외출장시 좌석등급을 이코노미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석 가격은 비즈니스석에 비해 통상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보 사장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아무래도 실적 부진 영향이 크다. 올 들어 판매대수는 급격히 떨어졌다. SM7과 QM5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르노삼성의 국내외 판매대수는 1만2373대로 전년동월대비 36.9% 감소했다. 또 올 1~5월 누적 판매대수는 7만55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9% 줄었다.
프로보 사장은 "솔선수범하겠다"는 말과 함께 해외출장 횟수를 줄이면서 저렴한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비용절감을 몸소 실천한다는 의미에서다.
출장 대신 올 들어 영업소 방문을 부쩍 늘렸다. 회사 관계자는 "틈만 나면 전국 영업소를 찾아 현황 점검과 함께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보 사장은 평소 비용절감과 함께 수익성 확보를 강조해왔다. 지난해 취임식에서도 "수익성 확대를 경영의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올 초부터 시작됐다. 르노삼성은 판매가 부진해지자 지난 2월 임원들에게 제공했던 골프 및 헬스 회원권을 회수했으며 지난해 실적에 대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지난해 적자의 최대 주범인 엔고를 피하기 위해 부품 국산화 비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59%였던 부품 국산화율을 올 연말까지 72%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프로보 사장은 내년까지 완성차에 필요한 부품 가운데 80%를 국내에서 조달하겠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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