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여주인공인 김하늘이 편의점에서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낸다. 카메라가 문자를 입력하는 모습을 비추면서 일순간 브라운관 전체에 휴대폰이 꽉 찬다. 김하늘은 문자 전송을 마치자마자 전화 통화를 한다. 이번에는 김하늘이 자신의 얼굴과 비슷한 크기의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다.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얼굴 작아 보이는' 효과를 강조하는 LG전자의 5인치 스마트폰 '옵티머스 뷰'의 간접광고 장면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제조사간 간접광고(PPL) 대결이 치열하다. TV CF에 이어 드라마 속에서도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PPL 단가는 얼마나?=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드라마 1회에 기능 노출시 PPL 단가는 2000만원선이다. 드라마 한 작품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 경우 광고 단가는 수 억원대로 높아진다.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기능 1회 노출시 PPL 단가는 1500만~2000만원, 드라마 한 작품과 패키지로 계약을 할 경우 3억~5억원까지 올라간다"며 "드라마가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되느냐, 톱스타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일부 케이블 방송에서는 PPL 단가가 지상파의 3배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케이블 뷰티 프로그램인 '겟잇뷰티'의 회당 PPL 단가는 최저 1600만원에서 최고 7600만원에 이른다. 뷰티 프로그램이다 보니 제품을 직접적으로 노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는 분석이다.
◆돈 먹는 PPL, 효과가 얼마나 되길래=업계에서는 PPL을 강요나 부담 없이 소비자에게 제품의 효용을 전달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으로 보고 있다. TV CF에서처럼 제품을 직접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지만 소비자의 뇌리에 자연스럽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PPL은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제품을 노출시키고 기능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점차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겟잇뷰티의 경우 화장품이 프로그램에 한 번 소개된 것만으로 품절 현상이 발생하는 등 홍보 효과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부작용은 없을까?=그러나 일각에서는 과도한 PPL은 드라마의 내용을 해치거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는 손자 며느리가 글자가 크게 보인다며 할머니에게 갤럭시 노트를 선물하는 장면이 방송되자 시청자들은 '생뚱맞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는 등장인물이 "화면도 밝아지고 얇고 가벼워졌네", "손오공이 (TV에서) 3D로 나오는데" 등의 대사를 하며 '옵티머스 빅'과 '3D TV'를 홍보해 억지 설정으로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PPL이 마케팅 측면에서 점차 중요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제품이 프로그램보다 두드러질 경우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며 "제품을 프로그램 속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