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대한항공의 몽골 울란바토르 노선 독점과 관련해 담합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통상적인 담합 사건과 달리 과징금이 전혀 부과되지 않았을 뿐더러, 시정명령 또한 알맹이가 없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가늠하기가 모호하다.
이번 발표와 관련해 대한항공측이 받는 실질적인 불이익은 없다. '담합'이라는 꼬리가 붙었을 뿐이다. 만약 대한항공이 담합을 통해 몽골노선의 운임을 높게 유지하고 소비자들의 권익을 깎아내린 것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과징금과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과연 무엇을 위한, 무엇에 대한 결정인가.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매로 기업 길들이기 또는 기업과의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것인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미아트 몽골항공은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의 신규 경쟁사 진입을 방해하기 위해 몽골 정부에 부당한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공정위는 신규 노선 취항을 막기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의 각 사 문서, 대한항공측 내부 보고서, 양측 정부 협상 결렬 이후 공동작업의 성공 자평 보고서 등 증거자료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용없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0원은 이 같은 공정위의 발표를 무색케 한다. 자칫 몽골과 외교적 마찰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 치더라도 담합사건에 대한 이번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의견이다. 통상 공정위는 담합사건의 경우, 관련 매출을 산출해 최대 10%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해왔다.
대한항공의 입장도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앞서 화물운임 국제담합 등에서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를 통해 일찍이 담합을 인정하며 제재 수위를 낮췄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입장자료를 통해 "부당한 방법으로 담합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과징금 부과가 없는 점 또한 공정위가 구체적인 담합내용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한항공측 설명이다.
공정위는 행정기관이자 준 사법기관이다. 시장 파수꾼으로서 기업들의 위법행위를 차단하고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는 큰 임무도 갖고 있다. 담합 여부에 관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고, 어떠한 입김에도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소비자에게도, 기업에게도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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