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여기가 아까 거기 아닌가? 똑같은 화장품 숍이 너무 많다."
명동을 찾은 한 일본인 관광객의 따끔한 지적이다.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살 수 있어 반갑기도 하지만 복잡한 골목 사이로 똑같은 브랜드의 로드숍이 즐비해 있어 길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이다.
명동거리를 화장품 로드숍이 점령했다. 불과 50m거리에 각기 다른 로드숍 9개가 몰려 있는가 하면 같은 브랜드가 명동 거리에 6개까지 포진해 있는 곳도 있다.
27일 명동거리 전체를 확인한 결과 명동에 화장품 로드숍은 70여개 이르렀다. 네이처리퍼블릭(Nature Republic)은 명동에 총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5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도 더 페이스샵(THEFACESHOP), 에뛰드하우스(ETUDE HOUSE), 이니스프리(innisfree), 토니모리(TONYMOLY) 등 5개다. 또 아리따움, 미샤, 스킨푸드, 홀리카홀리카 등은 각 4개의 매장을 명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7개 화장품 브랜드가 2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중이다. 명동 거리 중에서도 관광객과 쇼핑객들이 집중돼 있는 1100m 거리에 70여개 매장이 줄지어 서있는 셈이다.
이처럼 화장품 로드숍이 몰려있는 이유는 국내 쇼핑객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전체 매출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같은 브랜드 매장이 많아도 큰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명동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인 "명동이 넓게 보면 하나의 상권이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일부 상품들의 경우 골목마다 각기 다른 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화장품 매장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파가 많기 때문에 좁은 지역이지만 각각의 골목마다 충분한 집객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화장품 로드숍의 매니저는 "다양한 로드숍 브랜드 사이에서 가격이나 품질 등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는 곳 마다 매장을 열어두면 그 만큼 많은 고객을 모을 수 있고,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호객행위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같은 브랜드의 매장이 운영되면서 매장간의 마찰이 있을 우려도 있었지만 이들에게 그런 불만을 찾기는 힘들었다. 한 로드숍 매니저는 "다른 매장이 더 생겨서 매출이 떨어지지는 않았다"며 "오히려 여러개 매장이 있으니 브랜드 이름이 알려지는 등 광고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말해 내 매장 하나만 관리하기도 벅차다"며 "다른 매장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 매장이 잘되니 상관하지 않는다"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네이처 리퍼블릭 관계자는 "명동에 총 6개 매장이 있고, 전국 1위 매장도 명동에 있다"며 "화장품과 커피숍 등은 몰려 있을수록 집객효과가 크다"며 많은 매장이 큰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더 페이스숍의 관계자는 "1~5호점은 월평균 점당 5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연간 300억원의 매출, 전체 더페이스숍 매출의 10%를 명동에서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관광객들이나 쇼핑객들은 지나치게 화장품 로드숍이 몰려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일본인 관광객을 안내하던 가이드는 "관광객들이 많은 화장품 로드숍을 보고 헷갈려하는 사람이 많다"며 "많은 관광객들이 물건을 사는 것도 사실이지만 너무 많은 매장이 있다고 하는 관광객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김준영(28·여)씨는 "예전에는 보세 의류도 많고, 다양한 종류의 매장이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화장품 매장만 너무 많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며 "명동이 외국인 중심으로 변해 화장품 로드숍이 늘어나면서 명동 전체가 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화장품 로드숍의 무분별한 확장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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