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이 의원] 국회의원 연금 반대한 조승수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조승수 통합진보당 의원은 29일 "분단국가라는 숙명이 기형적인 진보를 잉태했다"며 "진보의 정체성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에게 매월 12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에 반대한 것으로 유명세를 탔던 조 의원은 임기가 종료되는 이날 고별사를 통해 "정작 두려운 것은 회초리를 들고 꾸짖는 국민마저 사라질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의원은 통합진보당의 현 상황에 대해 "스스로 변화·발전하지 못하는 진보정치가 외부로부터 변화를 강요당하고, 급기야 검찰의 칼끝 앞에 서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직 이 땅에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노동자와 서민이 있기 때문에 성찰과 혁신을 통한 진보의 재구성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 의원은 정계에 입문한 이후 진보정당 내에서 통합진보당의 구당권파인 NL계열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는 2007년 당시 민주노동당 당권파의 종북주의(從北主義)와 패권주의를 가장 먼저 비판하면서 뛰쳐나와 진보신당 창당에 앞장섰다. 2011년 민주노동당과의 합당 협상에서도 강령을 통해 북한의 3대 세습과 핵개발에 반대하고 인권 문제에 비판적 시각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조 의원은 자신의 국회의원 활동에 대해 "기륭전자 농성장에서 함께 철야농성을 했던 것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대북규탄 결의문에 홀로 반대했던 일"이라며 "평화를 지키는 진보주의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일은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소속이었던 조 의원은 유일한 반대표를 놓고 감정적으로 격앙된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무력 대응은 오히려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 당시 이정희 의원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은 전원 기권한 것과 대비된다.
조 의원은 "보궐선거에 당선된 후 3년 동안 저는 (지역구인)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을 누비며 소외된 이들의 삶을 현장에서 투쟁과 고통을 함께 했다"며 "내일부터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 진보정치를 다시 일구는 먼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고 밝혔다.
울산 출신의 조 의원은 1982년 동국대 2학년 재학 시절에는 군부독재 반대시위를 주도했다가 구속돼 1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울산에서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에 앞장선 그는 1995년 울산시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뒤 1998년 울산 북구청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최연소 구청장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이어 17대 총선과 18대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조 의원은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강세지역인 울산 남갑으로 지역구를 옮겼지만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양보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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