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주가조작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준 이익치(67) 전 현대증권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2부(박형남 부장판사)는 이 전 대표가 현대증권과 소액주주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의 대표소송에 현대증권이 공모했다거나 이를 교사·방조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며 "현대증권이 주주대표소송 판결에 따라 이 전 대표 재상을 강제집행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1999년 현대증권 대표로 재직 중이던 이씨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의 회사자금을 동원해 현대전자의 주가를 조종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현대증권은 벌금 70억원을 물고, 주가 조작 피해자들에게 8700여만원을 배상했다.
이후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은 "현대증권이 입은 피해는 이 전 대표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라며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 전 대표에게 "265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주가조작행위로 현대증권이 170억원의 이익을 얻어 70억원의 벌금을 내고 소액주주들에게 87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고나서도 약 78억원의 실질적인 이익을 얻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자신의 주가조작으로 현대증권이 벌금을 납부하거나 제3자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더라도 그 보다 많은 이득을 얻었다면 현대 증권이 입은 손해가 없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탈법적인 수단으로 얻은 이익을 손해액 산정에 고려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상미 기자 ysm125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