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정치-저축銀, 오래된 고리엔 깊은 경쟁·갈등 있었다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지난 2010년 6월 포스코 계열인 포항공대(POSTECH·포스텍)가 부산저축은행에 50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이구택 전 포스텍 이사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깊숙이 개입했고 박태준 전 명예회장이 이들을 고발하는 데 동의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들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스텍의 부산저축은행 투자에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는 지난해 이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조사에 나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난해 말 로비 등 외압은 없었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이 의원이 정 회장에게 포스텍의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 참여를 부탁했고 정 회장이 이를 이 전 이사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포스코 전 임원 등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당시 포스텍은 물론 포스코 실무진도 부산저축은행 투자는 투기나 마찬가지라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정 회장과 이 전 이사장이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이 투자와 관련해 포스코 퇴직 임원 모임인 '중우회'가 이 전 이사장을 형사고발하려 했고 고 박태준 명예회장도 이에 동의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정 회장에게 생채기를 내려는 흑색선전에 불과하다”며 “실제로 이상득 의원이 (부산저축은행 투자에) 개입했다고 해도 이구택 전 이사장이 더 가깝지 정 회장은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당시 투자 과정은 이사회 심의를 거쳐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 전 명예회장이 동의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부 퇴직 임원들이 추진했던 일을 마치 박 명예회장이 그렇게 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상득 의원, 이구택 전 이사장, 정준양 회장을 연결하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박 전 명예회장과의 소원한 관계가 확대될 경우 정준양 회장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논란이 이 의원과 박 전 명예회장 간 대결구도에서 나타난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회장 인선 과정에서 정 회장을 지원했고 박 전 명예회장은 윤석만 사장을 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의 사람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정 회장의 선임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 전 차관 등 정권 실세가 정 회장 인선 과정에 개입한 것은 청와대가 박태준 전 명예회장을 탐탁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 명예회장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은 박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고인은 국가 공적이 큰 분”이라며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은 박 명예회장의 빈소를 방문했지만 평소 두 사람의 관계가 좋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포항이 자신의 고향이자 지역구임에도 포항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자신이 아닌 박 전 회장인 점을 못마땅해 했다는 후문이다.
박 전 회장의 고향은 경남 양산이다. 그는 '제철보국(製鐵報國: 철을 만들어 나라에 이바지한다)'을 내걸고 포스코의 발전을 이끌었으며 타계 전까지 포스코 명예회장을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 의원은 포항 하면 박 명예회장 대신 이 대통령이나 자신의 이름이 이미지메이킹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점 때문에 박 명예회장과는 소원한 관계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생각이 박 명예회장이 추천한 윤 사장 대신 정 회장을 포스코 회장으로 앉히는 데 작용했고 이를 영포라인인 박 전 차관이 실행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포스코 전 사외이사를 지낸 A씨는 “정권에서는 박 명예회장이 매우 껄끄러웠을 것”이라며 “윤 사장을 박 명예회장의 사람으로 보고 정 회장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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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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