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상고온의 초여름 날씨가 지속되면서 올 여름철 전력 수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전력 공급의 핵심 역할을 하는 '기저 발전소'의 일부가 가동되지 않아 공급 능력마저 턱없이 부족해졌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하계 전력 수급 비상 대책 기간을 앞당기고 전력 사용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산업계에 절전 동참을 강력히 요구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오는 17일 홍석우 장관 주재로 하계 전력 수급 점검 회의를 열고 '하계 비상 대책 기간'을 예년(6월 말~7월 초)보다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우선 5~6월 중 예정된 발전소 9대의 예방정비 기간을 9~10월로 연기하고 100만~200만kW의 공급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 민간 사업자의 운휴 발전기를 최대한 가동해 40만kW를 추가로 확보하고 산업체의 조업 시간 조정을 유도해 총 500만kW 이상의 예비력이 유지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하계 피크 전력의 21%를 차지하는 냉방 수요가 많은 주요 유통 및 프랜차이즈ㆍ소매 업체, 금융기관을 상대로 이날부터 이틀 간 간담회를 갖고 ▲출입문 개방한 채 냉방기기 가동하는 관행 개선 ▲피크시간대(13~17시) 과도한 냉방 자제 ▲영업장별 온도계 비치 및 적정 온도(26℃ 이상) 유지 ▲쿨맵시 복장 착용, 조명 최소화 등 기타 전기 절약 등을 요청하기로 했다. 7월 말~8월 초에 집중된 산업체 휴가 일정을 8월 3~4째주로 분산하고 조정에 참여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최근 계속되는 초여름 날씨와 발전소 공급 차질로 이달 초부터 예비 전력은 400만~500만kW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900만kW 이상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새 500만kW 이상 급감했다. 예비 전력이 400만kW 이하로 떨어질 때는 전압 조정 등 비상조치가 가동된다. 지경부 전력산업과 최형기 과장은 "일부 전기 다소비 업체가 조업 시간을 조정해 100만~200만kW 전력 수요를 감축한 결과"라며 "산업계 참여가 없었다면 실제 예비 전력은 200만~300만kW 수준에 그쳤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력 부족 현상은 예년 대비 최대 10℃ 높은 이상고온의 날씨로 전력 수요가 200만~400만kW 증가한 데다 기저 발전소의 가동 중지가 길어지면서 공급 능력이 최대 360만kW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리 1호기(60만kW), 울진 4호기(100만kW), 신월성 1호기(100만kW)는 일본 원전사고 이후 안전 기준이 강화되고 정비 일정이 연장되면서 당초보다 가동이 지연됐다. 지난 3월 화재가 발생한 보령 1호기(2호기 포함 100만kW)도 화재 복구 후 내달 말 정상 가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전력난이 수요가 몰리는 여름과 겨울이 아닌 비(非) 피크 기간에도 지속되는 점이다. 이상기온으로 발생한 9ㆍ15 대정전과 지난 겨울철 30년 만의 2월 한파에 이은 5월 초여름 날씨 등이 대표적 사례다. 낮은 전기 요금으로 전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점도 전력 부족의 상시화를 초래했다고 분석된다.
조석 지경부 2차관은 "연중 지속되는 전력 수급 위기 극복을 위해서 전기 저소비형 시스템이 구축돼 상시적인 전력 수요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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