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정부가 오는 2030년 5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인 해양플랜트 시장을 잡기 위해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해양플랜트 산업을 '제2의 조선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지식경제부는 9일 부산 한국해양대학교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21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해양플랜트 수주액을 지난해 257억달러에서 2020년 800억달러로 3배 이상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엔지니어링, 기자재 등 국내 수행 비율은 40%에서 60%로 높이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국산 기자재의 경쟁력 강화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한 엔지니어링 역량 확보 ▲프로젝트 개발에서 엔지니어링, 건조에 이르는 종합 역량 확보 ▲해양플랜트 산업의 클러스터 기반 조성 등을 골자로 한다.
해양플랜트는 석유와 가스 등 해양 자원을 발굴ㆍ시추ㆍ생산하는 자원개발 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건조ㆍ설치ㆍ공급하는 산업을 총칭한다.
정부와 기업이 해양플랜트에 눈을 돌린 것은 세계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고유가가 지속됨에 따라 해양플랜트 시장이 지난 2010년 1400억달러에서 2020년 32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이미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는 지난해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257억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려 일반 상선 등 선박 수주 실적(249억달러)을 넘어섰다.
국내 조선사가 강점을 지닌 분야는 부유식 원유 생산ㆍ저장ㆍ하역 설비(FPSO), 드릴쉽 등 해상플랫폼 건조다. 하지만 자체 보유한 광구가 없는 탓에 엔지니어링과 기자재 부문에서는 핵심 원천 기술이 전무하고, 기자재 국산화율도 20% 안팎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향후 10여년을 목표로 새롭게 진입하려는 시장은 해양플랜트 중에서도 심해저(subsea) 시장이다. 특히 최근 유전개발이 연안에서 심해로 확대되면서 심해 해양플랜트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전 세계 심해 해양플랜트 시장은 미국 카메론과 노르웨이 아커솔루션 등 기업이 대부분 선점하고 있다.
지경부 엔지니어링플랜트팀 관계자는 "우리 조선 산업의 건조 경쟁력을 토대로 해양플랜트 산업의 기자재와 엔지니어링 분야로 한 단계씩 뚫어나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종으로는 해상에서 해저로, 횡으로는 건조에서 광구 탐사에 이르기까지 해양플랜트 산업을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요소ㆍ핵심 기자재 위주로 100대 전략 품목을 선정하고 요소 기자재는 특수 소재와 가공기술 위주로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핵심 기자재는 IT 기술을 활용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패키지형 모듈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자재의 납품에 요구되는 수행 실적 확보를 위해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이 발주하는 플랜트에 기술 개발 기자재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엔지니어링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기존 조선 분야 설계 인력을 해양플랜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외국의 전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현재 조선공학 분야에 치중된 교과 과정을 해양플랜트로 유도하고 엔지니어링 대학원 등을 통해 해양플랜트 석박사 학위 과정을 확대하기로 했다.
해양플랜트 클러스터 구축에도 나선다. 울산(건조, 모듈단위 제작) 부산(부품단위 기자재 생산, 기술 교류 및 인력 공급) 경남(건조, 기자재 시험인증) 전남(해양플랜트 지원선) 대전ㆍ서울(엔지니어링, 인력) 등 지역별 특화된 분업 구조를 만든다.
윤상직 지경부 1차관은 "엔지니어링, 기자재에 이은 전 주기 수주 실현으로 국내 수행 비율을 2020년까지 60%로 높이고 수주 금액을 800억달러로 키우면 약 10만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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