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주가 하락이 원인이면 긍정" vs "펀더멘털상 얘기치 못한 문제가 원인이면 우려"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KT가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텔콤(Telkom SA Limited)의 인수 가격이 인하된데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가격 하락이 매수자인 KT에 나쁠건 없다는 '일반론'과 텔콤의 펀더멘털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상충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KT는 "텔콤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KT와의) 지분 매매 협상에서 매도 가격을 낮추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당국에 공시한 것을 확인했다"며 "애초 인수 가격 대비 10% 수준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 내용을 반영한 KT의 텔콤 지분 인수 가격은 총 3876억원으로 KT는 지난해 텔콤 지분 인수 계획 발표 당시 20% 지분 매입 가격은 5438억원 수준이었다.
일단 KT측은 텔콤 지분 인수가 양사간 시너지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을 견지했다. 김범준 KT 가치경영실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일 개최된 1·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당시 "남아공 텔콤은 (KT에게) 여전히 흥미로운 기회"라며 "단순 지분 투자가 아니고 다양한 각도로 살펴보고 있으며, 특히 남아공 텔콤의 기업시장 진출 등에 대해 같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업 의지에도 불구하고 인수 가격 인하가 최종 인수 계약 체결에 결정적 요소는 아니라는게 KT의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텔콤의 공시 내용에서도 언급됐듯이 현지 공정거래당국의 텔콤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소송 문제를 포함해 최종 계약까지 해결해야 할 전제 조건들이 있다"며 "인수 가격 인하가 곧 최종 인수 계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인수가격 인하가 오히려 지분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감도 제기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수가격 하락이 어디에 기인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실사 과정 중 텔콤의 펀더멘털이 생각보다 많이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거나 고객 모집 등 시장 전망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판단됐다면 이는 인수가격 인하를 오히려 부정적 시그널로 해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른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종 인수계약 체결 이후를 감안할 경우 싸게 산다고 모두 좋게 볼건 아니다"며 "KT가 현지실사 및 시장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인수가격 인하를 텔콤측에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이라면 인수 자체를 재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프리카 최대 유선통신망 운영업체인 텔콤은 남아공 정부가 지분 40%를 지닌 최대 주주다. 지난 2월 남아공 공정거래위원회는 텔콤이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인터넷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사업자에게 통신망을 비싸게 제공하거나 통신망 접근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텔콤을 공정거래재판소에 제소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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