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관중시대 겨냥 마케팅 열전
프로야구 800만 관중시대. 올해 야구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올해 야구는 기업들에게 커다란 관심사다. 열기=마케팅이라는 공식도 어김없이 작용한다. 스포츠마케팅은 매년 성장세를 이루고 있지만 올해는 유독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프로야구 경기가 연일 매진 사례다. ‘2012 팔도 프로야구’는 ‘흥행대박’을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목표로 삼은 700만 관중을 넘어 800만도 무난히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KBO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프로야구 65경기 만에 100만관중을 돌파했다. 역대 최소 경기다. 구단별 관중도 크게 늘었다. SK와이번스는 지난해 대비 무려 47%나 늘었다. 삼성라이온즈도 26%, 넥센 히어로즈는 23% 관중 수가 늘었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올해 야구가 왜 뜨거운 걸까. 정답은 바로 스타선수들의 화려한 ‘복귀’ 때문이다. KBO는 “올해 프로야구 매진사례에는 해외파 선수들의 복귀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에는 이승엽, 한화에는 박찬호, 김태균, 넥센에는 김병현이다. 여기에 이들 선수들의 활약도 한몫했다.
관중의 인기는 곧 ‘상품성’으로 이어진다. 상품성에 따라 연계 마케팅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그동안 그룹사나 대기업 위주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메인스폰서는 삼성증권, 삼성전자, CJ E&M(옛 CJ인터넷), 롯데카드 등이 타이틀스폰서를 맡아왔다. 대기업이 아닌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팔도’는 2012년 프로야구 메인스폰서에 요청한 수십개 기업 가운데에 선정됐다. KBO선정기준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후원하느냐가 첫 번째 기준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동안 대기업 위주로 메인스폰서가 편중될 수밖에 없었다.
팔도가 올해 처음 도전장을 내민 것은 기업인지도 때문이다. 팔도 관계자는 “올해 팔도로 새로운 출발과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사명을 알려 기업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팔도는 꼬꼬면 이후 한국야쿠르트에서 독립적인 회사로 분사했다. 팔도가 전략적으로 내놓은 남자라면과 프로야구의 컨셉트가 맞아 떨어지는 것도 메인스폰서에 참여한 또 다른 이유다.
게임업체-인기구단 스폰서 따내기 경쟁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올해 기업체들의 참가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구단별 스폰서로 나선 업체들이 늘고 있다. 게임회사 넥슨은 지난 3월 부산 롯데자이언츠와 공식후원사로 계약했다. 경남 창원을 연고로 한 ‘NC 다이노스’를 창단한 엔씨소프트와 불편한 관계에 놓인 부산 롯데의 후원사로 나섰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되고 있다. 이런이유 때문에 수많은 언론사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대결로 규정했다. 부산 롯데는 그동안 엔씨의 프로야구 진출을 거세게 반발해왔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가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며 대결을 펼치는 이유에 대해 큰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넥슨은 2010년부터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 후원사다. 넥슨 관계자는 “온라인게임의 즐거움과 프로야구의 즐거움은 상당히 닮았다”며 “이를 통해 브랜드 가치 상승도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후원 이유를 밝혔다. 롯데 선수는 오른쪽 가슴에 넥슨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다. 후원사 로고가 유니폼에 가슴에 나오는 것은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전례가 없었다. 또 부산 사직구장에는 넥슨 로고가 새겨진 전용석에 이어 경기장 내에 발광다이오드(LED) 광고판도 부착했다.
넥슨 역시 자사의 게임에 롯데 자이언츠 캐릭터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하는 중이다. 쌍방향 마케팅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게임업계가 야구 마케팅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브랜드 가치 상승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2013년에 합류할 예정인 ‘NC다이노스 보다’ 게임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높이기 위한다는 작업으로 보고 있다. 넥슨은 그동안 가족게임을 표방해온 만큼 야구이미지와 더욱 맞아떨어진다. NC소프트 역시 최근 게임과몰입 주범으로 꼽히는 만큼 이런 이미지를 털어내겠다는 계산이다.
맥주·음료수-구단로고 사용권 쟁탈전
성인에게 야구는 먹거리 열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맥주, 치킨, 음료수 등 관련 마케팅은 올해 더욱더 적극적이다. 화이트진로는 지난달 5일부터 5개 구단 로고가 들어간 화이트 맥주 ‘프로야구 스페셜 캔’을 출시했다. 이마트 전국 130개 매장, 홈플러스 40개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스페셜캔에 들어간 프로야구단은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다. 제품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판매량이 두배 가량 늘었다.
5월이면 맥주 판매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야구 마케팅까지 합치면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이 맥주가 필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이트진로 신은주 마케팅실 상무는 “본격적인 야구 시즌을 맞아 자신이 응원하는 야구 구단의 맥주를 마시는 특별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 제작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올해도 역시 야구마케팅에 더욱 적극적이다. 지난해 광주 무등경기장 한 곳에서만 맥주를 판매했지만 올해는 잠실, 부산, 광주, 대구 등 판매 구장을 4곳으로 확대했다.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높게 잡았다. 또 판매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와 소비자 프로모션을 각 구단과 협의를 통해 준비하고 있다. 또 국내 최초로 도입, 화제를 모은 프로야구 선수 통합 포인트 제도인 ‘카스포인트’를 올해에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빙그레와 동아오츠카, CJ푸드빌 등과 함께 각종 치킨 프랜차이즈점도 야구마케팅이 적극 각종 이벤트를 내걸고 적극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자동차-경기장 연계 프로모션 열기
제약사들 역시 야구 마케팅에 적극 동참하는 중이다. 제약사들은 야구 경기장 전광판 광고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심기에 집중하고 있다 동아제약과 보령제약, 유한양행, JW중외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경기장 광고는 TV중계와 스포츠 하이라이트 등 반복 노출이 가능해 브랜드 심어주기에는 긍정적이다. 여기에 30~40대 남성이 주 관람층이라는 점에서 광고효과도 그만큼 높일 수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스포츠선수와 제약은 연계성이 높은 만큼 브랜드 이미지 심어주기가 중요하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제약사들의 야구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기아자동차는 프로야구 시즌 동안 기아 타이거즈 홈구장(광주)에 시구차량 지원 및 레이(RAY) 홈런존을 운영한다. 또 올스타전 및 한국시리즈 MVP에 상품 제공하고 차량 전시 및 현장 이벤트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한국지엠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SK와이번스 후원 계약을 맺었다. 홈경기 개막전에 쉐보레 차량 전시는 물론 다양한 프로모션을 벌였다. 한국지엠은 SK와이번스 외에도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를 후원한다. 또 인터넷 포털 네이버 프로야구 후원을 통해 ‘브랜드’ 알리기에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한국지엠 이경애 마케팅 본부 전무는 “쉐보레가 대한민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함께하면서 고객들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로 하겠다”고 밝혔다.
의류업계도 올해 관중수 증가에 따라 관련 마케팅을 준비중이다. 특히 여성 관중 수가 늘어나면서 여성과 관련한 야구 마케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푸마는 올해 가수 이효리의 이름을 딴 '효리라인' 야구점퍼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헤지스스포츠는 LG트윈스 선수들이 입는 것과 동일한 상품의 점퍼와 유니폼 등을 판매 중이다.
은행권-우대금리 프로야구예금 판매
야구 마케팅과 반대로 프로야구 효과를 누리는 기업도 적지 않다. KB국민은행은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내놓은 ‘2012 KB국민 프로야구예금’의 인기다. 이 통장은 가입할 때 응원구단을 선택한 후 구단의 정규시즌 성적과 동원 관중 수에 따라 이율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기본 이율은 연 3.8%지만 응원구단의 포스트시즌 진출여부와 전년 대비 정규시즌 최종 순위, 동원관중수 700만명 돌파 등에 따라 우대이율이 0.1%포인트에서 최고 0.4%포인트 만큼 높아진다. 이 상품은 내놓은지 한 달도 채 안 돼 4480억원의 예금고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KB국민은행은 6월말까지 1조원 한도로 판매한다.
부산은행도 2007년부터 ‘가을야구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가 4강에 진출할 경우 01.%포인트, 롯데 선수가 홈런왕이나 도루왕 등 다승왕에 선출되면 0.2% 포인트가 주어진다. 특히 롯데가 우승하면 연 6%의 파격적인 금리도 제공된다. 3000억원 한도로 판매하고 있으며 현재 조기 소진됐다.
프로야구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 기업은 ‘야구 게임’을 출시한 게임사들이다. CJ E&M 넷마블의 온라인 야구게임 ‘마구마구’는 매주 신규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일 기준으로 신규이용자 접속자 수는 지난주 대비 450% 늘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슬러거’도 동시접속자 수가 25% 증가하고 신규가입자는 2배 가량 늘었다. 엔트리브소프트 ‘프로야구 매니저’도 접속자 수가 프로야구 개막 이전에 비해 25% 늘어났다. 이용자도 30% 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에 의뢰해 최근 발표한 ‘한국 4개스포츠리그 경제적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야구 경제 파급효과는 1조1838억원에 달한다. 이 보고서는 각 구단의 지출규모는 물론 야구마케팅을 통해 벌어들인 기업의 홍보 효과도 포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 개인이 야구 경기를 보러 오면서 식음료 구매, 교통비 등으로 지출한 금액은 1인당 평균 3만6581원이다. 특히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 일반적인 소비 지출 외에도 다양한 관련 산업 분야에서 생산 파급 효과오하 부가가치 파급효과 등으로 이어졌다. 올해 700만 관중 시대를 예상하고 있는 프로야구의 경제효과는 1조6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됐다. 800만명이 넘어가면 경제파급 효과는 2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간접수익도 마찬가지다. KBO의 마케팅 자회사 KBOP는 2011년 프로야구 관련 사업으로 전년대비 36% 증가한 340억원을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2010년 250억원보다 무러 90억원 늘었다. KBOP의 연간수입이 3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집계한 수입원은 중계권, 스폰서십, 온라인 게임 및 각종 상품 판매 등이다. 입장수입(약 552억원)은 구단별 수입이다. KBOP는 지난해 이익금을 관련 회계 규정에 따라 제9구단 NC 다이노스를 제외한 8개 구단에 37억원 가량씩 균등 지급했다. 기업들의 야구 마케팅이 늘고 있다는 결과다. KBO 관계자는 “올해는 800만 관중이 예상되는 만큼 야구마케팅 관련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구단 딴지… 9구단 앞날 불투명
현재 프로야구 핫 이슈는 NC소프트가 창단한 ‘NC다이노스’의 9구단 진입이다. 현재 2군인 퓨처리그에서 활동 중인 NC다이노스는 창단 전에서 사실상 9번째 구단으로 진입을 ‘허가’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롯데와 더불어 삼성까지 돌연 진입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내년 진입이 불투명한 상태다. NC 다이노스의 1군 리그 합류 시기는 창단 승인 당시에는 2014년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구단과 창원시의 준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NC측은 내년부터 1군에 참가하기로 희망한 상태다. 현재 롯데와 삼성 등 구단 진입을 반대하고 있어 NC는 내년 진입이 불투명 한 상태다.
경제효과:프로야구?축구+농구+배구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에 의뢰해 최근 발표한 ‘한국 4개스포츠리그 경제적 파급효과’에 따르면 야구는 축구와 농구, 배구 등 4대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다. 야구는 1조1838억원으로 경제 파급효과가 스포츠 전체 가운데 52.9%에 달했다. 1만2000명 이상의 고용유발효과로 전체 4대 리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6.5%에 달했다.
축구는 경제파급효과가 7790억원으로 전체 34.8%를 기록했고 고용 유발 효과는 6962명으로 32.3%를 차지했다. 농구는1970억원으로 8.8%를 차지했고 고용유발효과도 1730명에 8.0%에 그쳤다. 배구는 789억원으로 3.5%에 불과했고 고용유발효과도 680명인 3.2%에 불과했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은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를 통틀어 경제 파급효과가 가장 큰 구단 ‘톱10’에도 선정됐다. 8구단을 제외하고 이름을 올린 곳은 프로축구구단인 FC서울(6위)과 수원삼성(8위)이었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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