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기업인들은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발표되는 기업정책들로 인해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1일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전문업체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주한 외국인 투자기업 및 외국 법인기업 1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기업정책에 대한 주한 외국기업인 인식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기업환경 경쟁력 수준은 중국 등 투자대상국과 비교할 때 긍정적(22.0%)이라는 응답보다 부정적(34.7%)이라는 응답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노동분야는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61.3%에 달하며, 세제분야도 부정적(40.0%)이라는 응답이 긍정적(13.4%)이라는 응답의 세 배에 달했다. 특이한 것은 대기업제도 분야의 경우 긍정적이라는 응답(41.3%)이 부정적이라는 응답(22.7%)보다 높게 조사됐다.
이런 현상은 향후 기업환경 예측에서도 나타났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기업정책들로 인해 전반적인 기업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응답한 기업이 72.0%에 달하는 반면, 대기업제도 분야의 경우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37.3%)이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28.0%)보다 많게 나타났다. 대기업 규제가 외국기업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기업 규제를 통해 외국기업만 수혜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세제분야에서도 정부의 법인세 인하계획 철회(59.3%)와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 계획(55.3%)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반대하는 반면 재벌세 신설, 일감몰아주기 과세와 같이 외국기업과 관련 없는 세제에 대해서는 각각 56.7%, 62.7%의 기업들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기업에만 적용되는 세제가 도입될 경우 외국기업에만 혜택을 제공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대기업 그룹이 존재하는 일본의 경우 재벌세 신설에 반대하는 기업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노동 분야에서는 모든 정책에 대해 외국기업인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타임오프제 폐지 등 노조법 재개정 움직임에 대해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반대했다. 해고의 협의절차 신설 등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로 의무화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찬반이 유사한 가운데 반대가 다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제도 분야의 경우, 외국기업인들은 조사된 모든 정책들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법제화(80.7%)와 대중소기업간 거래 규제(74.7%)는 찬성률이 높게 나타났다.
정치권에서 대기업 규제의 대표상품으로 내세우는 순환출자금지제도 도입(69.3%)과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64.0%)도 대부분의 외국기업들이 찬성하고 있다.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대형마트 영업제한과 협력이익배분제 도입도 각각 72.7%, 66.0%의 외국기업들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55.3%는 최근의 기업정책들로 인해 對韓투자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규모가 큰 기업(직원수 100명 이상 기업은 63.3%가 부정적)일수록 투자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많아 외국기업의 對한국 투자축소가 우려된다.
또한 외국기업들의 72.7%가 최근 추진되고 있는 기업정책들을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정책들이 철회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기업도 64.0%에 달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기업정책들이 우리나라의 투자 환경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외국기업과 국내기업간의의 역차별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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