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정권말 실세 인사들이 연루된 비리사건이 연달아 터지며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정치적 멘토', '왕차관' 등으로 불리는 인물들이 굵직한 비리사건에 연달에 거론돼 현 정권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달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간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정면으로 조준하고 있다. 파이시티 시행사 이모 대표가 최 전 위원장에게 직접 돈을 전달하고 윗선에 청탁 부탁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최 전 위원장도 브로커 이모씨를 통해 파이시티측으로 부터 돈을 받은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이 자금이 파이시티 프로젝트 인허가 로비에 쓰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말을 바꾸긴 했지만 이 대표측에서 준 자금을 대선과정 중 여론조사에 사용했다고 언급해 2007년 대선자금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에 빌미를 줬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정치자금법 위반은 문제 삼지 않고 알선수재 혐의만 적용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선자금에 대한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전 위원장에 대한 금품로비 의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의 측근인 정모씨가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2009년 EBS이사선임 청탁을 받고 2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조사하기도 했다.
파이시티 사건에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수사선에 올랐다. 박 전 차관은 정권 실세 차관이란 의미의 '왕차관'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각종 이권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차관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따라 검찰의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로 풀려났다. CNK주가조작 사건에서는 외교통상부의 과장된 보도자료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서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수사에는 협조하지 않고 있다.
네번째 비리에 연루된 박 전 차관에 대해 검찰도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25일 벌인 압수수색에는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건을 담당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뿐만 아니라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도 나섰다. 양쪽에서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도 사면초가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2009년부터 2년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할 당시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권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취임할 때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문제가 됐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스스로 불법사찰 증거인멸의 몸통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여당측은 권 장관이 '윗선'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도 권 장권은 또 등장했다. 파이시티 이 대표는 횡령·배임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을 때 최 전 위원장을 직접만난 자리에서 민원을 위해 권 장관(당시 민정수석)에게 전화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혹에 민주통합당은 4월에만 두 차례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권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상황에서 불법사찰 재수사와 파이시티 비리 등이 제대로 밝혀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27일 대검 청사를 방문한 이춘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사건배후에 권 장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권 장관이 그대로 있는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냐"며 "권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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