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콜’서 ‘갤럭시’ 시리즈까지 세계인 홀린 영광의 기록들
삼성전자가 2012년 1분기 마침내 노키아를 제치고 전세계 휴대폰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모두 9350만대(25.4%)로, 노키아 8270만대(22.5%)를 앞섰다는 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발표다. SA는 “모토로라를 제치고 지난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4년 동안 판매량 1위를 기록해 온 노키아가 올 1분기 삼성전자에 그 자리를 내줬다”며 삼성전자 약진을 평가했다. 지난 1988년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지 25년만의 성과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매출 45조2700억원, 영업이익 5조8500억 원의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스마트폰으로 일군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최초 휴대폰은 지난 1988년 ‘SH-100’이었다. 모토로라 일색이던 당시 최초 국내기업이 만든 휴대폰으로서, 이후 ‘한국지형에 강하다’는 슬로건은 ‘애니콜(anycall)’이란 브랜드와 함께 이후 삼성 휴대폰 판매 확대를 이끌었다. 지난 1분기 전세계 판매량에서 스마트폰·휴대폰 모두 1위를 달성한 초석이 됐다.
1990년대 - 세계 최초 CDMA 디지털 휴대폰 상용화
1984년 한국에 휴대폰이 처음 등장한 이후 10년 동안 국내 휴대폰시장은 모토로라가 장악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업체들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신제품을 내놓았지만 모토로라의 성벽은 견고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모토로라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1994년 10월, 한국인의 체형과 한국의 특수한 지형구조에 맞게 부피를 줄이고 통화 성공률을 대폭 향상시켜 내놓은 ‘SH-770’이 계기가 됐다. ‘애니콜’ 브랜드로 처음 선보인 이 제품의 폭발적인 인기로 1994년까지 모토로라의 절반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은 1995년 6월 41.2% 대 43.5%로 추격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변했고, 2개월 뒤인 8월 마침내 51.5% 대 42.1%로 모토로라를 제치고 정상에 올라섰다. 애니콜 신화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어 삼성전자는 1995년 8월 세계 최초로 CDMA 디지털 휴대폰 상용화에 성공했다. 국내CDMA(코드분할다중접속)기술 개발은 1992년 8월부터 삼성전자 등 4사가 참여, 한국전자통신연구소를 통해 정부 주도로 개발돼 1996년 4월부터 서비스에 들어갔다.
삼성전자가 생산한 최초의 CDMA 디지털 휴대폰인 SCH-100(디지털 애니콜)은 무게 175g의 초경량 슬림형이었고, 117개의 CDMA 관련 특허를 출원한 우수기술을 채용해 어디서나 깨끗한 고품질 통화를 가능케 했다. CDMA 셀룰러 휴대폰 수출은 1997년 초 홍콩 허치슨에 SCH-100S와 SCH-200을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미국시장에도 진출, 1997년 한 해 동안 미국시장에서 45만 대를 판매, 이 지역 디지털휴대폰 시장의 8%를 점유하며 에릭슨, 노키아, 퀄컴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1998년 10월에는 브라질에도 진출했다.
CDMA 셀룰러폰에 이어 PCS도 1996년 9월, 미국 최대의 PCS 통신회사인 스프린트와 3년간의 PCS 단말기 공급계약을 체결, 1997년 6월부터 공급을 개시했다. 삼성전자는 최경량·초슬림의 기술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했다. 1998년 3월 CDMA 방식으로는 세계 최초로 무게 100g대의 벽을 깬 ‘SPH-4100’을 출시했다. 2년간 개발의 성과로 무게가 98g에 불과, 지포 라이터 수준의 초경량시대를 열었다. 이는 10년 전 759g의 제품 대비, 무려 652g이나 줄인 것이다.
이 시기, 각종 아이디어 제품도 잇따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1999년 3월 손목시계형 휴대폰인 일명 ‘워치폰’, 1999년 8월 최초로 휴대폰과 MP3플레이어 기능을 복합화한 오디오 휴대폰(MP3폰), 1999년 12월 최초의 TV폰, 2000년 6월에 디지털카메라 휴대폰을 개발해 잇달아 선보였다.
2000년대 - 프리미엄폰 앞세워 시장지배력 강화
1997년 국내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선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월드 퍼스트, 월드 베스트’ 전략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00년부터 삼성전자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은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초로 외부 LCD창을 장착한 듀얼폴더폰과 내장형 카메라폰, 컬러 VOD폰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이처럼 신기술을 적용하거나 디자인을 차별화한 휴대폰은 경쟁사 제품보다 10~50% 이상 비싼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아 ‘명품’ 휴대폰 이미지를 심어나갔다. 이 결과, 삼성전자는 2002년 세계 휴대폰 시장 3위로 올라섰다.
또한 삼성전자는 CDMA·GSM 방식 모두 컬러폰 풀라인업을 갖춰 전세계 컬러폰 시장을 주도해나갔다. 2003년에는 고화질 카메라가 내장된 카메라폰과 다양한 운영체제(OS)를 채용한 지능형 복합휴대폰(MITs), 동화상 통화가 가능한 IMT-2000폰 등 휴대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기능 휴대폰을 세계시장에 선보이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나갔다.
이러한 ‘월드 퍼스트’ 전략을 통해 ‘글로벌 로밍’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2004년에 휴대폰 한 대로 CDMA·GSM 서비스 지역에서 통화가 가능한 '월드폰'을 미국시장에 출시했다. 또한 디지털카메라 기능을 융합한 카메라폰 개발에 도전, 2004년 광학 3배줌 300만 화소 카메라폰을 선보였다.
2002년 1월에는 스프린트PCS에 국내업체 단일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총 30억 달러(약 3조9000억 원)상당의 CDMA2000 1x 휴대폰도 공급했다. 2003년 8월에는 대만 CDMA시장에 휴대폰 업체로는 최초로 진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들로 인해 삼성전자는 2003년 시장조사 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조사에서 29.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 전세계 CDMA 휴대폰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켰다.
2002년 8월 삼성전자는 국내 업체로는 처음 휴대폰 누적 생산 1억 대를 돌파했다. 이는 1988년 처음으로 아날로그 이동전화 단말기를 시장에 내놓은 이후 14년만의 일이었다. 2003년, 삼성전자는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2위 업체로 등극했다. 점유율도 전년도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2006년 미국 진출 10년만에 휴대폰 누적 판매대수 1억 대를 돌파한 삼성전자는 이를 대중문화와 프로스포츠 등 미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한 현지화 마케팅에 주력한 결과로 분석했다. SA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8년 3분기 모토로라를 제치고 북미 휴대폰 시장 1위에 올라섰다.
패션 분야의 경우 ‘다이앤 본 포스텐버그폰’, ‘안나수이폰’, ‘벳시존슨폰’ 등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스페셜 패션폰을 내놓아 휴대폰의 위상을 고급 패션 브랜드로 끌어올렸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도 지속해 2003년에는 영화 ‘매트릭스2’에 등장하는 매트릭스폰을 제작해 한정 판매한데 이어 프로스포츠 영역에서는 대표적인 카레이싱 대회인 ‘나스카(NASCAR)’를 후원했다.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특히 프리미엄 제품들을 통해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삼성전자는 당시 이머징 마켓이었던 ‘브릭스(BRICs)’ 공략을 본격화했다. 중저가를 하더라도 차별화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이 삼성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생산 공정 혁신과 유통 끌어안기 등을 통해 폭발적인 신흥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개별 제품의 낮은 단가는 수량으로 극복, 프리미엄 시장 못지않은 이익을 거뒀다. 기존의 프리미엄 시장에 더해 신흥시장의 수익이 더해지면서 삼성의 시장점유율은 2007년 세계 휴대폰 시장 2위로 올라섰다.
2010년대 - 스마트폰 등 연 3억대 생산체제로
2008년 이후 스마트폰과 풀터치폰이 통신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가운데 삼성전자는 20년간 쌓아 온 휴대폰 기술력의 집결체인 ‘갤럭시S’를 2010년 선보이며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명실상부한 업계 1위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강화했다. 갤럭시S는 전세계적으로 7개월만에 1000만대를 돌파해 삼성전자의 첫 텐밀리언셀러 스마트폰이 됐으며, 2011년까지 2천만대 이상 판매됐다.
갤럭시SⅡ는 갤럭시S의 성공 DNA인 초고속(Speed), 초고화질(Screen), 초슬림(Slim)의 3S를 더욱 진화시킨 삼성전자 휴대폰의 ‘또 하나의 혁신’으로, 출시 5개월만에 1000만대를 돌파해 삼성 휴대폰 역사상 최단기간 1000만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갤럭시S에 이어 2012년 2월 글로벌 공급 2000만대를 돌파했으며, 2011년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9.9%로 1위에 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2011년 10월 출시한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장점을 극대화한 ‘갤럭시 노트’는 5.3인치 대화면과 ‘S펜’을 통해 자연스러운 필기감과 풍부한 표현이 가능해 차별화된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달 공급기준 500만대 판매를 넘어섰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2011년 11월말 기준으로 한 해 휴대폰 출하량이 3억대를 돌파, 1988년 휴대폰 사업 시작 24년만에 ‘연 3억대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는 세계적으로 노키아에 이어 두 번째, 국내 업체로는 처음 달성한 성과다. 특히, 삼성전자는 1996년 휴대폰 100만대 돌파 이후 10년만인 2005년 휴대폰 업체들의 무덤인 1억대 벽을 돌파, 4년만인 2009년 2억대, 그리고 불과 2년만인 올해 년 3억대를 달성하며 초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사업 이래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총 16억대로 전 세계 70억 인구의 20%에 육박하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연 3억대’ 기록은 피처폰, 터치폰, 스마트폰에 이르는 휴대폰 풀 라인업에서 고급 디자인과 첨단 기술을 앞세워 히트모델을 지속적으로 창출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 시리즈를 크게 히트시키며 삼성전자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이 유효한 것도 성공의 비결로 회자된다.
이코노믹 리뷰 박영주 기자 yjpa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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