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D램 가격을 둘러싼 D램 제조사와 PC제조사간의 갈등이 결국 상승으로 마무리됐다. 시장 주도권이 PC 제조사에서 D램 제조사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23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월 전반기 주요 D램 제품인 DDR3 2Gb의 고정거래가격은 1.11달러로 3월 후반기 1.03달러 대비 7.7% 올랐다. 지난 2월 세계 3위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인 일본 엘피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꾸준한 상승세로 저점 대비 상승률은 26%에 달한다.
가격 상승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주목할 점은 이번 고정거래가 형성까지의 과정이다. 고정거래가는 D램 제조사들이 PC 등의 완제품 제조사들에 대량 공급하는 D램 가격으로 매월 전후반기 두 차례 발표된다. 전반기 가격은 일반적으로 매달 10일 이전 발표되는데 이번 달은 이례적으로 2주 이상 지연되다가 후반기 가격이 나와야할 시점에 책정됐다.
고정거래가 발표 지연은 가격을 올리고자 하는 D램제조사와 이에 반대하는 PC제조사들 이견 때문이다. 그간 D램 제조사들은 시장 침체와 공급 과잉의 이중고에 원가 이하로 제품을 공급해 왔다. 이 가운데 엘피다의 추락으로 공급 과잉 우려가 급격히 완화되며 D램 제조사들은 가격 상승의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반면 PC제조사들은 최근 상승폭이 가파르게 이어졌고 PC수요 회복이 더디다는 이유로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했다.
이가근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4월말에 있을 신제품 효과 직전의 재고 축소 움직임으로 4월 PC출하량이 전월대비 10% 가량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공급 조절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이 상승의 주요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진통 끝에 도출된 결론은 두 가지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우선 아직 PC수요 회복이 본격화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협상이 지연됐다는 것은 제품 공급을 서두를 만큼 완제품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상승으로 마무리 됐다는 점에서 완만한 수요 회복을 짐작 할 수 있을 뿐이다. 그에 비해 D램 제조사들은 이번 가격 발표 지연을 통해 협상테이블에서 명확한 목소릴 내고 있음을 보여줬다. 가격 상승을 관철시킴으로써 향후 가격 주도권이 D램 제조사들에게 본격적으로 옮겨 갈 것임을 예고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D램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수요도 완만하지만 회복 추세를 시현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지속적인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정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지속적으로 PC D램 공급의 위축이 예상되지만 PC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요가 약해 가격인상을 무조건 용인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금번 DRAM가격 상승은 $1.2~1.3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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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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