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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증시의 제노포비아(외국인혐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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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증시의 제노포비아(외국인혐오증) 박성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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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아무리 생각해도 참 남우세스럽다. 4ㆍ11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필리핀 출신 한국인 이자스민(35)씨를 두고 허위 사실까지 동원된 공격이 인터넷에 난무하고 있다. 특히 조선족 출신 오원춘의 살인사건과 시기가 겹치면서 '제노포비아(Xenophobia)'로 명명된 외국인 혐오증이 극에 달하는 양상이다. 중국인 노동자는 모두 잠재적 범죄자이고 국회에 입성한 외국인은 한국 정치와 경제를 망가뜨릴 수밖에 없다니 억지와 억측이 도를 넘었다.


그런데 막상 김용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이 제12대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되자, 아니 후보에 오르자마자 한국민의 저력을 떠들며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거론한다. 김 총재는 미국 시민권자다. 그의 선출을 반대했던 일부 글로벌 언론도 그가 한국 출신 미국인임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경제 부문에서 경력상 부족한 점을 근거로 했다. 그래도 우리는 이들을 '세상에 몹쓸 언론'이라며 내심 서운해했다.

제노포비아는 주식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오원춘의 살인사건과 비교될 일은 아니라고 보지만 중국고섬이 지난해 회계문제로 거래정지되면서 중국기업이라고 하면 한국거래소도, 투자자도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심정으로 접근한다. 상장 예비심사 전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심지어 일본 기업 SBI모기지 공모청약 경쟁률은 1.81대 1에 그쳤다. 직전에 공모청약을 진행한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이 700대 1을 기록한 것에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만 중국기업 6곳, 일본과 미국, 싱가포르 등 총 9곳의 외국기업이 국내 상장계획을 중도에 포기했다. 주식시장에서 세심하고 꼼꼼한 점검과 투자는 미덕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는 일정 부분 부박(浮薄)한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의 변화를 살펴보자. 골드만삭스 조사에 따르면 중국 인구의 5%인 6500만명의 연간소득은 3만5000달러에 달한다. 2009년 말 기준이다. 지난해 말로 볼 때 우리나라 약 5000만명의 1인당 연간소득은 기껏해야 2만달러를 조금 웃돌 뿐이다.


지난해 포브스가 발표한 억만장자 1210명 중에는 중국인 115명이 포함돼 있다. 중국을 비롯, 브릭스로 통칭되는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까지 포함하면 총 301명에 달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신흥성장국가들이지만 우리는 이 나라들을 저개발국가라고 단정 짓는다. 억만장자 중 우리나라에서는 기껏해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 몇 명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도 등이 포함됐을 뿐이다.


또 2030년이면 중국 증시 시가총액은 미국을 앞설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증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55%에 달할 것이란 게 골드만삭스의 전망이다. 물론 10억명이 넘는 인구에서 '그 정도 부자야 있을 수 있지'라고 의미를 축소한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와 한국인의 자부심만으로 급변하는 세계 경제에 접근할 수는 없다.


히피 선동가이면서 미국 최대 노동조합 창립자인 '솔 알린스키'는 "힘이란 당신이 지닌 것이 아니라 당신이 지니고 있다고 주위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경제력이 아무리 강해져도 주변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힘'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의 힘은 상장기업에 대한 공정한 가치평가다.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맡기라'고 주장해 봐야 별무소득이다. 주변에서 인정하고 좋은 기업들이 한국거래소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엘리베이터로 내려온다'는 격언이 있다. 투자자들은 한두 명씩 천천히 모여들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집단적으로 시장을 떠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지금 한국 주식시장은 그나마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마저 고장난 듯하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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