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총선 패배 이후 '문성근 대표대행 체제'로 갈등을 봉합한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이번에는 노선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전통적 지지층 공략을 위해 '좌클릭' 노선을 견지할 것인지, 중도층 끌어안기를 통한 지지기반 확대를 위해 '우클릭'을 해야 할 지를 두고 갈등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민주통합당 문성근 대표 대행은 16일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욱 가다듬어서 수권정당의 면모를 일신하겠다"며 "국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민생공약을 실천하는 특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선거 패배이후 당 지도부는 '민생'이란 총론에 공감했으나 각론에서는 해법이 달랐다. 관료출신으로 중도파인 김진표 원내대표는 총선 이후 노선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진보적 가치를 내세웠는데 왜 중도층 끌어안는데 실패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이는 총선과정에서 제주해군기지, 한미 FTA 재협상에서 진보 노선을 주장하다가 중도표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당내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이인영 최고위원은 바로 반박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생활진보를 향해 당이 가야 한다는 점은 이미 끝난 논쟁"이라며 "국민에게 진보냐 중도냐 이념논쟁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은 친서민, 친노동, 친시민만 있을 뿐"이라며 "당은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한반도 평화의 가치를 한결같이 지켜내야 한다"고 진보노선에 방점을 찍었다.
이같은 당의 기본 노선을 둘러싼 논쟁은 전당대회와 대선후보 경선 등의 과정에서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5선의 문희상 의원을 원내대표경선관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문 권한대행은 오는 5월 4일 총선 당선자들이 뽑는 새 원내대표 선출까지만 당을 이끌기로 했다. 이후 새 원내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6월 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총괄하기로 했다.
2개월짜리 단명 지도부 체제 구성을 놓고 문성근 대표대행 체제를 주장하던 친노(親盧 친노무현)과 지도부 총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체제를 주장하던 비노(非盧 비노무현)진영은 '3주 대표대행'과 '1개월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궁여지책으로 접점을 찾은 것이다.
이같은 양상은 차기 당권 및 대선 정국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친노 비노간의 기싸움이 있다는 분석이다. 비노 측은 친노 색이 짙은 문 대표 대행에게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임시 전대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12월 대선을 앞두고 친노대통령을 만들 수 없다는 견제론이 깔려있다. 반면 당 주류인 친노계는 한 대표 낙마 후에도 당권을 거머쥐어야 대선 지형에 유리하다는 정치적 셈법을 하고 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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