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피할 수 없는 재앙을 응시하는 버거운 일상

시계아이콘01분 4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멀티미디어 작가 노현탁의 ‘거대한 힘 그리고 공포’

피할 수 없는 재앙을 응시하는 버거운 일상 scene, 96㎝ × 227㎝ oil on canvas, 2011
AD


멀티미디어 작가 노현탁의 ‘거대한 힘 그리고 공포’두리번거리네. 무엇을, 대체 어떡하다 잃어버렸는지. 샘 보다 맑고 깊은 마음 속 수줍은, 本能. 행복은 그대 자상한 도덕적 정신이 빚어내는 기쁨. 이젠 맛보시라!

길은 순례처럼 꼬불꼬불하다. 말(言)도 소리도 없는 신성한 성역에 감도는 기운같은 어떤 예감. 시계처럼 한 방향으로 맴도는 물의 구심력. 가속으로 부대끼며 생겨난 허연 물살이 점점 중심으로 모여들면 미친 듯이 파고는 높아져 갔다. 언덕위에서 바라보던 비취빛 물결은 최고의 명물로 눈길을 끌었던 탓 때문이었을까.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몸부림치는 거대한 흰 수염고래의 등장이라고 사람들은 더 몰려들었다. 깨끗하고도 풍성한 햇살이 안온하게 드리우는 언덕에서 바라보는 끓어오르는 욕망같은 현란한 바다의 마법. 그 짧은 망각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스치는 찰나, 불과 몇 발자국 앞에서 뻣뻣하게 선 채로 물기둥이 달려들 때 재앙을 직감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사람들은, 위용과 징후라는 단어를 들이대며 규모의 정보를 조목조목 분석하고 전문성을 강조했지만 불행히도 그 심원(深源)하고도 사나운 힘을 경험한 사람들은 침묵했다. 그날 저녁 허공을 흐르는 구름과 출렁이는 바다는 온통 선연한 진홍색 핏빛이 몰려들어 인적없는 만(灣)을 오래도록 드리웠다.


아무것도 남김없는 완전한 소멸. 큰 키의 등대가 노을빛 속으로 들어가 ‘왜’냐고 울부짖으며 대들었지만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물기로 축축한 절벽 바위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의 경쾌한 낙하 소리가 정적을 깼다. 그때 주검과 생성의 징표처럼 푸른 이끼가 걷힌 웅덩이에 일렁이는 화석(化石).


피할 수 없는 재앙을 응시하는 버거운 일상 room, 117㎝ × 91㎝ acrylic on canvas, 2010

소멸이란 숙명에 알몸이 된 인간
오오, 허물어지는 것의 질서. 피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숙명(宿命)! “우리가 이 세상으로부터 소멸한 뒤 참으로 개울물이 될 수 있고 조약돌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래와 바람과 하늘 속에서 알몸이 된 채 입술을 깨물었어라.”<이세방 詩, 모래성>


그는 난간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겨 도시를 내려다본다. 꾹 다문 입술, 두 손을 꽉 쥐고 어딘가를 응시하는 눈빛. 그의 안전을 보장하는 건 최소화된 움직임뿐이다. 애써 무표정한 얼굴엔 저항하듯 예민한 언어들이 살아있다. 대개 이런 경우의 덕담이란 이를테면 잘 듣는 것이 훌륭한 답변이 된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아래의 깊이를 알아야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사랑의 조건은 동등이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여인이 풋풋한 향기를 휘날리며 달려오는 기적, 어떤 사건의 중요한 단서? 아니면 “대지의 생명으로부터 분리돼 있다는 것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버거운 일상의 권태?<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행복의 정복’, 이순희 역>



노현탁 작가와의 대화
예측못한 힘과 마주친 인간의 심리적 갈등 담고파


피할 수 없는 재앙을 응시하는 버거운 일상

화면엔 뭔가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감돈다. 위험에 직면해있는 상황과 이를 평화롭게 바라보는 대비. 그런가하면 마치 곡예사처럼 덩그렇게 공중에 걸터앉은 개인의 풍경이 그렇다. 또 하나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 만화 등의 한 컷, 영화의 한 장면을 차용해 거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불어넣거나 이 둘의 장면을 조합해 재구성 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예측하지 못한 힘과 마주칠 때의 더욱더 강렬한 반응을 일으키는 공포감 등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힘과 그것에 부딪히는 인간의 심리적 갈등이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모순되거나 극한적인 정황들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그의 화면은 그러나 상황의 아이러니뿐 아니라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시 찾아보게 하거나 연민을 느끼게 하는 독특하고도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스스로에게 따뜻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에게 존경심을 품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희망 한다”면서 “균형 잡힌 현실에 초점을 두고 기울기를 보려하기 때문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한다. 멀티미디어 작가 노현탁은 목원대 미술학부를 졸업했다. 수원미술전시관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2006 CGV 비디오아트 페스티발(서울, 대전, 마산)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이코노믹 리뷰 권동철 기자 kdc@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