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한달간 정치권 최대 이슈였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가 4·11 총선 후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 전달된 돈의 출처와 대가성 검토에 주력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재수사에도 불구하고 특검도입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듯 먼저 특검을 주장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여당의 특검 제안은 수사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꼼수'라며 증거은폐 의혹이 있기 때문에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2010년 불법사찰에 대한 1차 수사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갔지만 정치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특검 이상의 방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라인이 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일정대로 수사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재수사의 발단이 된 장 전 주무관의 폭로에 대한 진위와 그가 받은 자금의 출처·불법성을 두고 관련인물 소환을 지속하고 있다.
총선 전날인 10일 검찰은 이우헌 코레일유통 유통사업본부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 본부장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장 전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구속 기소된 이 전 비서관은 2000만원을 전달한 부분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관봉' 형태의 5000만원 돈뭉치를 보낸 혐의가 포착된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도 검찰의 추가 소환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류 전 관리관은 8일 검찰에 출석했을 때 5000만원을 마련해 준 지인의 존재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원충연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조사관 역시 추가 소환 대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번씩 다녀간 사람들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로 말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대질조사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의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진경락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의 소환조사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진 전 과장은 지난달에 이어 6일 검찰의 공개소환요구에도 진술서를 통해 '억울하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장 전 주무관은 직속상관인 진 전 과장이 불법사찰 관련 자료를 담은 노트북을 빼돌렸다고 폭로하고 항소심 재판과정 중에 "청와대 수석들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말한 진 전 과장의 녹취록도 공개했다.
불법사찰과 사건은폐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 검찰은 진 전 과장의 소환조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진 전 과장이 '참고인' 신분이기 때문에 마땅한 강제구인 수단은 없다"며 "지속적으로 검찰 소환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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