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선거 아닌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4ㆍ11총선을 하루 앞둔 10일 만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를 이렇게 요약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4ㆍ11총선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권 모의시험이자 정치력 심판대다. 새누리당이 박 위원장 명의로 선거 홍보 현수막을 내 걸 정도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선전하면 박 위원장은 '선거의 여왕'으로 재등극함과 동시에 그를 중심으로 대권 판세가 다시 짜일 수밖에 없다. 물론 반대의 경우 발생하는 책임도 박 위원장 몫이다.
이렇게 되면 박 위원장은 위축되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교수가 힘을 얻는다.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의 상징성'은 이처럼 막대하며, 그 영향은 새누리당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의 최대 목표는 제1당이다. 적어도 140석 정도는 필요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40석을 얻으면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압승"이라면서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승리 의석수'는 125~130석 가량이다. 제1당의 지위는 놓치겠지만 '석패했다'는 안팎의 평가는 가능해지는 수치다.
개헌 저지선(101석)만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석패도 값진 결실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기고 새누리당이 진다는 표현이 이번 총선에서는 조금 다르게 해석된다"면서 "민주당이 이기는 것은 과반을 차지하거나 적어도 여기에 가까운 수준이고 신승할 경우에는 이겼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인 2004년 총선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천막당사 신세까지 졌다. 당시에도 박 위원장이 진두지휘해 121석을 따냈다.
이번 총선에서 140석을 최대 목표치, 125~130석을 선방 목표치로 본다면 121석은 최저 기준선이다. 121석이 무너지면 '밑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셈이다.
박 위원장의 그간 행보는 결국 이를 지켜내려는 노력이었다. 이 '바닥'조차 사라지면 대권 발판이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선을 그어 자신과 새누리당을 현 정부로부터 상대화 한 것도 같은 이유다.
비대위 수장으로서 박 위원장의 걸음은 '큰 걸음'이었다. 친이계를 중심으로 대거 물갈이했고, 공천에 대한 불만과 비난에도 아랑곳 없었다.
당 내부에서는 "가혹하다" "피도 눈물도 없다"는 탄식과 하소연이 그치질 않았다. 한 명 한 명을 모두 챙기기에는 상황이 절박했다. 그만큼 '건너 뛰고' 온 것들이 많다는 얘기다.
박 위원장이 스스로 확고한 입지를 만든다면 '건너 뛴' 자리 만큼 대권과의 거리는 좁혀진다. 그러지 못한다면 이 자리는 그야말로 '빈 틈'으로만 남는다.
공천 등 주요 과정이 전형적인 '뺄셈의 정치'였기 때문에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모든 과정에 대한 1차 성적표가 내일 밤에서 모레 사이에 나온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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