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 혼합시 품질·성능 '이상무'
정유사 "정품끼리 혼합은 문제없지만 가짜석유 섞는 것 막을 수 없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정유사끼리 석유제품을 혼합해도 품질과 성능에 차이가 크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사품의 품질을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석유제품 혼합판매를 거부하던 정유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결과로 혼합 품질을 검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정유사가 강조해왔던 '품질' 차이가 실제로는 크지 않을 뿐더러 이미 정유사끼리 판매물량의 40% 가까이 교환판매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소비자시민모임이 개최한 '혼합판매 현물 전자상거래, 새로운 석유시장 소비자에게 과연 이득인가'라는 세미나에서 김기호 한국석유관리원 팀장은 "혼합판매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정유사별 석유제품 혼합에 따른 품질 및 차량성능을 평가연구한 결과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위해 주유소 월 판매물량의 20%에 대해 혼합판매하는 '혼합판매제도'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뤄진 혼합 품질 검사다. 한국석유관리원이 품질과 성능 부문으로 나눠 검사를 진행했다.
품질평가는 정유사별 개별제품과 2개 정유사 혼합, 3개 정유사 혼합, 전체 정유사 혼합 등 휘발유 경유 각각 15개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성능평가는 정유사별 개별제품과 전체 정유사 혼합 등 각각 5개를 대상으로 했다.
휘발유 품질평가는 옥탄값, 증류성장, 산소함량, 증기압, 황분, 메탄올 함량 등 16개 항목에 대해 진행됐으며, 경유 품질평가 항목으로는 유동점, 인화점, 동점도, 동판부식 등이 선정됐다.
휘발유, 경유의 성능평가는 YF쏘나타(휘발유)와 싼타페CM(경유)를 사용해 도심주행과 고속도로주행 연비측정, 배출가스 시험을 진행했다.
김 팀장은 "품질평가 결과 혼합에 의한 기준 저하등과 같은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성능평가면에서도 혼합에 의해 차량성능이 저하되는 특이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휘발유의 품질을 나타내는 대표항목인 옥탄값 부문에서 4개 정유사는 각각 91.5, 91.5, 91.6, 93.2로 나타났으며, 이를 모두 혼합하면 옥탄값이 91.5가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보통휘발유 기준 옥탄값은 92로 알려졌다.
또 동일한 차량을 이용해 측정한 경유의 도심주행 연비(㎞/ℓ)는 9.9, 10.1, 10.3, 10.3이며, 모두 혼합하면 연비가 10.1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원철 한국석유협회 상무는 "이미 소비자들이 정유사의 기름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는 발생하지는 않는다"며 "혼합판매를 거부하는 이유는 품질·성능 저하보다 정유사-주유소간 사적 계약에 대한 위반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대답했다.
정유사들은 그동안 타사의 제품과 품질과 성능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내용으로 마케팅을 펼쳐왔다. 또 '혼합판매로 제품에 대한 품질관리가 어려워진다'며 혼합판매를 거절해왔다.
특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어느 정유사의 제품이 더 좋은지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품을 혼합하는 것은 품질 성능에 문제가 없지만 가짜 석유를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어렵다"며 "혼합판매로 인해 가짜석유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결정할 수 없어 (혼합판매를) 반대해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정유사는 판매량 가운데 2008년에는 39.1%, 2009년에는 40% 가량을 이미 교환판매를 해왔기 때문에 혼합판매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유사-주유소 계약관계가 먼저 해결되면 혼합판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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