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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당한 게 술자리에 간 여기자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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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간 여기자들이 문제"라는 식의 논평으로 물의, 대한변협 측 "공식입장 아니다" 진화 나서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최근 벌어진 부장검사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가 "회식 자리에 간 여기자들이 문제"라는 식의 논평을 내 논란이 일고 있다.


엄상익 대한변협 공보이사는 2일 "왜 검찰이 언론인과 한계를 넘어가는 술자리를 만들고 여기자들 또한 그런 자리에 응해서 수모를 당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논평했다.그는 이어 "부장검사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은 정권 말 무너진 공직기강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며 권력에 유착해 편히 취재하려는 언론의 일탈된 행동"이라며 "향후 검찰과 언론의 적절치 못한 술자리 모임과 악습들이 없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의 이 같은 입장은 피해자가 잘못해 성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 유발론'의 시각에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어 2차가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 유발론'이란 피해자의 언행, 몸가짐, 옷차림 등을 문제 삼아 성폭력의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이 술을 먹고 늦은 시간에 골목길을 걸어 다닌 게 문제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게 문제다' 등이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날 논평을 내 "이 사건의 본질을 심각하게 오도하고, 전형적인 '피해자 유발론'적 시각에서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지극히 부적절하며, 성인지 관점의 부재를 넘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이런 논평이 인권 수호와 사회정의 실현에 앞장서야 할 변호사단체의 공보 책임자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고, 대한변협의 회원으로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대한변협 측은 논란이 커지자 "엄 공보이사의 개인적인 의견이고 변협의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신영무 대한변협 회장은 "양쪽이 서로 조심하자는 취지라고 듣고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엄 이사에게 일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엄 이사는 "논평은 정의와 인권의 측면에서 쓴 것"이라면서 "비난이나 욕을 감수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여기자 성추행 혐의로 감찰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최재호 부장검사는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검찰청은 "최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조사와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표를 반려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최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 저녁 10시께 울 양천구 한 호프집에서 가진 출입기자 회식자리에서 여기자들의 허벅지에 손을 얹거나 다리를 올리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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