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뜨거웠던 1분기가 끝났다. 다우 지수는 8.14% 올라 1분기 기준으로 1998년 이후 최고 수익률을 달성했다. S&P500 지수는 한술 더 떠 1분기 동안 12%나 올랐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1분기 동안 19.26%나 올라 24년만에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1분기였다.
뜨거웠던만큼 이제는 열을 식힐 때라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줄곧 오르던 뉴욕증시도 최근에는 매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조정이 있어도 깊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분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이 1조유로의 자금을 푼 덕분에 글로벌 증시가 유동성 랠리를 즐겼다고 볼 수 있다. 이제 2분기에는 그 유동성이 실물 경기 회복으로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시점이다. 또 하나의 갈림길에서 이번주 미국에서는 3월 고용지표가 발표되고, 일본에서는 1분기 단칸지수가, 유럽에서는 ECB가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다.
지난주 다우 지수는 1.00%, S&P500 지수는 0.81% 올라 한 주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나스닥 지수는 0.77% 오르며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번주 미국에서는 오는 8일 부활절을 앞두고 이벤트가 많지 않다. 뉴욕증시는 목요일까지 4일 동안만 거래가 이뤄진다. 굿 프라이데이인 6일에는 주식시장은 휴장하고 채권시장과 일부 전자 선물 시장만 단축 거래가 이뤄진다.
◆美일자리 20만개 이상 증가 기대= 이번주 최대 관심사는 뉴욕증시 휴장일인 2일 미 노동부가 공개할 3월 고용보고서다. 월가에서는 미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난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20만개 이상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은 3월에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20만5000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월 22만7000개에 비해서는 다소 줄어드는 것이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이어지고 있는 매월 20만개 이상 일자리 창출 흐름이 이어진다면 지속가능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은 8.3%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주 전미기업경제협회(NABE) 컨퍼런스에서 최근 몇달간 실업률이 크게 하락했다면서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아울러 실업률을 추가로 하락시키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계속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美·日 제조업 경기는= 고용지표가 휴장일인 6일 발표된다는 점에서 2일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할 3월 제조업 지수가 이번주 뉴욕증시 향배를 가늠할 가능성도 크다.
경착륙 논란을 빚었던 중국의 3월 제조업 지수는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1일 중국 국가통계국과 중국 물류구매협회(CFLP)는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3.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 제조업 PMI는 4개월 연속 상승하며 지난해 3월 53.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4개월 연속 기준점 50을 넘으며 제조업 경기 확장 국면이 진행 중임을 보여줬다. 시장 전문가들은 3월 제조업 PMI가 50.8을 기록해 전월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는 지난 2월 하락반전했던 ISM 제조업 지수가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예상치는 전월 대비 0.6포인트 오른 53.0이다.
미 제조업 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지난달 판매 실적(3일)도 주목거리다. 지난 2월 연율 기준 1500만대 판매고를 기록했던 자동차 판매는 3월에 다소 둔화돼 연율 기준 1460만대를 기록할 것으호 예상된다.
일본에서도 제조업체의 경기 전망치를 반영한 1분기 단칸지수가 현지시간 2일 공개된다. 대지진 후 지난해 3분기에 기준점 0을 웃돌았던 단칸지수는 지난해 4분기 다시 마이너스로 하락한 바 있다. 1분기에 다시 기준점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거리다.
◆ECB, 출구로 다가서나= 미국에서는 경제지표 발표 외 이렇다 할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서 유럽에서는 ECB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5일 열린다.
앞서 FRB는 지난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고용시장 회복에 의미를 부여하며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낮춘 바 있다. ECB도 이번 회의에서 비슷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최근 거듭 ECB의 유동성 공급 덕분에 시장이 안정됐다며 이제는 유럽 각국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추가 유동성 공급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공공연히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ECB 입장에서는 유럽의 소비자물가가 계속해서 정책 목표치를 웃돌고 있어 더 이상 부양책을 취하기 힘든 상황이다.
ECB 집행위원이자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총재인 옌스 바이트만은 ECB가 출구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드라기 총재를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번 ECB 회의에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방화벽 규모 확대키로= 한편 지난달 30일부터 현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인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이틀간 열린 유럽재무장관회의에서 예상대로 방화벽 확대가 이뤄졌다. 골자는 기존 그리스·포르투갈·아일랜드에 지원했던 기금과 상관없이 오는 7월 출벌함 유럽안정기구(ESM) 기금을 5000억유로로 확정키로 한 것이다. 그동안 새로 출범할 ESM 기금 규모를 이미 집행되고 있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합쳐 5000억유로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에 반대해왔던 독일이 양보하면서 결과적으로 방화벽 규모가 좀더 늘어나게 됐다.
유럽은 그동안 EFSF 재원 4400억유로 중 2000억유로를 그리스 등에 구제금융으로 사용했다. 또 양자 대출을 통해 그리스에 530억유로를 지원했고 2010년 5월 운영을 개시했던 EU의 첫번째 위기 대응책이었던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FSM)에서 490억유로를 지원했다.
기존에 3020억유로가 지원됐고 이번에 새로 5000억유로 규모의 새로운 위기대응기구 ESM을 출범시키기로 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방화벽 확대 결정을 환영한다며 향후 IMF 재원 확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애초 EU 집행위원회는 새로 출범할 ESM 기금을 5000억유로 외에 EFSF 중 남은 자금 2400억유로도 위기 대응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이 경우 기존 지원됐던 기금을 포함해 총 방화벽 규모는 약 1조유로가 되는 셈이다. 기금 확대에 반대했던 독일을 끌어들이기 위해 EU도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 하는 선에서 방화벽 규모를 확대키로 한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앞서 유럽 부채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1조유로의 방화벽이 필요하다고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유럽의 방화벽 규모가 확대됐지만 일각에서 지적되고 있는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변수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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