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최근 출시되는 럭셔리 세단의 이미지 트렌드는 역동성이다. 대형 세단은 중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탈피하는 대신 젊고 스포티한 감각을 입히는 게 그야말로 대세가 됐다.
그렇다면 대형차의 역동적인 이미지는 어디에서 결정될까?
구상 한밭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최근 공개된 기아차 대형세단 K9을 통해 "차량 앞과 뒤의 비율이 차량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세단은 엔진룸과 객실, 트렁크 세부분의 길이 비율에 의해 이미지가 좌우된다"고 덧붙였다. 즉 트렁크 길이가 보닛의 절반 이상이 될 때 세단은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트렁크가 보닛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경우 다이내믹한 이미지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구 교수에 따르면 199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럭셔리차 브랜드인 캐딜락의 드빌의 경우 전체 차량의 길이를 100으로 봤을 때 보닛과 트렁크의 비중은 각각 27과 18을 나타냈다. 트렁크 길이가 보닛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만큼 뒷부분이 다소 길어보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
대형 세단의 경우 품격을 나타낸다는 점 때문에 딱딱하고 무거워 보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포드 링컨 타운카 역시 드빌과 비슷한 이미지를 풍긴다.
기아차 대형차 오피러스 역시 처음 출시됐을 때 보닛이 26%, 트렁크가 16%로 안정적인 형태를 보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점차 바뀌기 시작해 대형세단 시장에도 스포티한 이미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 교수는 "BMW 7시리즈의 경우 앞부분은 29%로 길어진 반면 트렁크는 12%로 오히려 짧아졌다"면서 "역동적이고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구현하기에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대형세단 역시 이 같은 트렌드에 편승했다. 준대형세단인 K7이 보닛이 26%이지만 뒷부분은 12%로 보닛길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구 교수는 "K9의 경우 역동적인 이미지가 더욱 강조돼 트렁크가 10%로 보닛 길이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구 교수는 "대형세단이 쿠페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최근 세단 디자인의 변화를 요약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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