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대한의사협회장 얼굴에 계란을 명중시켜 유명세를 탔던 노환규 씨가 얼마 전 의협회장에 선출됐다. 그는 의협 회무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온 재야 의사다. 의협 내부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노 씨의 당선에 주류 의사집단은 크게 당황했다.
그러더니 노 씨가 당선인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계란 사건 때문에 의협 윤리위원회로부터 회원자격 정지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노 씨는 기존 세력의 모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실 의협 회장이 누가 되든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많은 언론이 이번 일을 눈여겨 보는 것은 의협이 어떤 노선을 취하느냐에 따라 중요 보건의료정책이 힘을 받을 수도 혹은 발목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이슈는 포괄수가제와 만성질환관리제다. 의료자원의 효율적 이용, 건보재정 절감 등 공익적 사업이다. 의사들은 반대한다. 국민건강이 훼손될 것이란 논리도 전혀 근거 없지 않지만 수입감소를 우려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노 씨의 당선은 그가 '계란을 던져서라도' 제도를 막아줄 것이란 의사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전임 회장들이 개인적 야망, 이를테면 정치권 진출과 같은 일에 집중하면서 충분한 투쟁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불만이기도 하다.
의협 내분이 시사하는 점은 분명하다. 돈을 버는 '직업인'과 인술을 펼치는 '선생님' 사이 심리적 갈등구조가 이미 무의미해졌다는 신호다.
수년 전만 해도 의사들은 이런 모습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몹시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최근엔 그런 고민도 없다. 시정잡배란 비난을 들어도 이익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무엇이냐'는 게 상식이 됐다.
의사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는 현실을 우려하는 것은 의사의 주장에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 때문이다. 의사들이 흔히 말하는 '국민건강을 위해서'란 말을 국민들이 '의사이익을 위해서'로 고쳐 듣는 현실에서,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정부의 일방통행을 견제할 세력은 사라진다. 의사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인 환자의 신뢰를 잃고 사회에서 점점 고립돼 가고 있는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하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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