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8분기 만에 반등했다. 전국 25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내는 BSI가 1분기의 77에서 2분기에 99로 크게 호전됐다. 2010년 2분기의 128 이래 멈추지 않던 하강세가 2년 만에 그것도 큰 폭으로 상승 반전한 것이다. 오랜 경기침체에 억눌렸던 기운을 되살려주는 봄소식이다.
대한상공회의소 BSI는 산업현장 기업들의 체감경기와 기대심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지수가 대폭 상승했다는 것은 기업 경영자들이 몸으로 느끼는 경기의 흐름이 바닥을 지나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런 경기회복 기대감은 수출기업과 대기업에서 특히 강하게 표출됐지만 내수기업과 중소기업에서도 분명히 감지됐다. 1분기와 2분기의 BSI를 비교하면 수출기업은 84에서 108로, 대기업은 79에서 109, 내수기업은 75에서 97로, 중소기업은 77에서 98로 각각 상승했다.
기업 경기심리 호전의 가장 큰 이유는 대외변수의 개선이다. 미국 경기가 완만하나마 꾸준한 회복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자 국내 기업 경영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자가 경기순환의 발동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경기가 뚜렷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내외 양면으로 불확실성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부담 가중과 4%대에서 고공행진 중인 기대 인플레이션 등이, 대외적으로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는 국제 유가와 유럽 재정위기 재발 가능성 등이 암초로 남아 있다. 우리 경제가 이런 암초들을 잘 피해야 순항을 계속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도 모처럼 호전된 기업 경기심리가 다시 냉각되지 않도록 정부가 전략적 정책 운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내수가 중요하다. 대한상의의 조사에서 2분기에 예상되는 경영애로 요인으로 기업들이 자금 사정(응답률 24%)이나 원자재난(18%)보다 수요 위축(31%)을 더 많이 꼽았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임금과 가계대출에 대한 과도한 통제를 삼가고 물가를 잘 관리해서 내수와 투자의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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