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
커피의 본고장 미국에 토종 커피전문점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특히 한국 교민이 많아 미국 내 다른 도시보다 접근성이 높은 로스앤젤레스(LA)는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LA를 교두보 삼아 미국 영토 확장에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현재 탐앤탐스, 할리스커피 등이 LA에서 운영하는 매장은 7개에 달한다. 올 1월 뉴욕 맨해튼에 매장을 낸 카페베네는 LA 매장 공사가 한창이다. 커피&디저트카페 망고식스도 LA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중 두각을 나타내는 브랜드는 탐앤탐스다. 국내 시장에서는 4위권(매장 수 기준)이지만 LA에서는 1위 브랜드로 통한다. 1년 중 절반 이상을 주로 미국에 머무르며 토종 커피 브랜드의 세계화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의 김도균(42) 대표다.
탐앤탐스는 LA에 이미 6개 매장을 오픈했고 내달 중 7, 8호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9호점은 한인타운을 벗어나 일본인타운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계획이다. LA에 처음 진출한 시기가 2010년. 만 1년여 만에 9개 점포의 오픈을 확정 지은 셈이다. 실적도 눈에 띈다. LA에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탐앤탐스는 매장당 월 평균 1500개 이상의 사이드메뉴가 판매돼 음료 외 매출이 높은 편이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큼 현지에서의 반응은 뜨겁다. 특화 메뉴인 매장에서 직접 구워 내는 빵 ‘프레즐’과 잡곡가루와 우유 등을 갈아 넣고 호두를 곁들인 곡물 음료 ‘월넛치노’ 등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아 널리 입소문이 났다. 특히 커피와 베이커리를 함께 찾는 경향이 두드러져 하루 분량의 베이커리가 오전 내에 완판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프레즐을 비롯한 허니버터브레드, 또띠아 등의 베이커리류는 하루 40개 이상이 팔려나가고 있다. 또 아직 가맹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매장과 현지 운영본부로 가맹점 개설 문의가 줄을 잇는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동부 지역에서도 상담 신청이 잇따르고 있어 인기를 실감케 했다.
김 대표는 “프레즐과 허니버터브레드 등 매장에서 즉석으로 굽는 사이드 메뉴와 심야시간 영업을 미국 시장에도 고스란히 도입했다”며 “이는 현지에서 매우 독특한 서비스로 인식돼 탐앤탐스를 상징하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자리매김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안테나는 주로 미국에 맞춰져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은 커피 체인의 본고장에 토종 커피문화를 역수출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란다.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에서 보내며 미국 매장 개설에 더욱 힘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LA를 포함해 현재 호주 시드니에 2개, 태국 방콕 3개, 싱가포르 1개 등 4개국에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호주 시드니의 경우 처음에는 쓰고 강한 커피 맛에 익숙한 현지 고객들이 부드러운 맛의 탐앤탐스 커피를 낯설어했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직접 로스팅한 한국적인 커피의 맛에 대해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방콕에는 2010년에 첫 매장을 열었는데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커피의 신 한류’라는 평도 듣고 있죠.” 그는 “2009년 호주 시드니에 해외 진출 첫 매장을 낼 때 주변에서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거다’ 하고 감이 왔다면 젊은 패기로 확신을 가지고 밀어 붙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기적으로도 그때부터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과를 얻기 어려웠을 거예요.” 십 수 년 전, 김 대표는 부동산 시행업무와 인테리어 회사 사업을 하던 중 커피전문점 시장의 미래를 보고 방향을 틀었다. 스타벅스가 국내에 문을 연 게 1999년이었던 걸 감안하면 시장이 성숙하기도 전에 사업을 구상한 셈이다.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함께 파는 곳,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소통의 매개체로서 문화가 꽃필 수 있는 블루오션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게 해서 2001년 32세의 젊은 나이로 탐앤탐스를 벤처 창업했다. 지난해 기준, 점포 수 전국 314개, 본사 연매출은 600~700억원 정도다. 2008년 토종 커피전문점 최초로 국내 대형 원두 로스팅 공장을 준공하고 올 초 국내 커피전문점 최초 ISO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하는 등 글로벌 및 대기업 커피 브랜드 속에서도 업계 선두권을 유지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김 대표가 해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를 만족시켰다면 메뉴와 서비스 면에서는 경쟁력이 입증된 겁니다. 해외 시장은 국내보다 더 큰 잠재력이 있다고 봐요. 커피전문점이 입점해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많은 상권들이 있고 커피전문점 문화에 대한 욕구도 충분하기 때문에 또 다른 블루오션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해외 진출 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국내와는 전혀 다른 현지법에 맞춰 출점을 준비하는 일이 상당히 까다롭단다.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다가도 예기치 않은 일로 오픈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지만 김 대표가 일일이 현지 시장을 찾아 다니며 눈으로 확인하고 사전 리서치를 꼼꼼히 실시하는 등 충분한 준비를 한 덕분에 별 무리 없이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시장 조사를 철저하게 했다는 당연한 말은 안 할래요. 해외 정착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철저한 준비를 가능케 하는 끈기예요. 매장 하나를 내기까지 국내와는 다른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치지 않는 인내와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그는 토종 커피 브랜드들의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해 낙관적인 예상을 펼쳤다. K팝과 한식의 세계화 등 한류 영향으로 사업 전망도 밝다는 것. 업체들 간의 관계는 경쟁의식 보다는 외려 동반자적 입장에서 바라봤다. “한국에서는 경쟁 브랜드일지 몰라도 해외에서는 같은 한국인으로서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는 동반자라고 생각해요. 토종 브랜드로서의 성공이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과 나아가서는 한국인의 위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자랑스럽고 든든한 마음이 앞섭니다.”
지난 2월 진행된 태국 현지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는 1만여 명 이상이 탐앤탐스 부스를 방문해 가맹 개설을 문의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올해는 미국과 태국에서의 가맹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함으로써 매장 확대에 더욱 힘쓰겠다는 게 김 대표의 구상이다. “이민 한인들이 커피전문점을 쉽게 창업하고 운영할 수 있는 한국형 창업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고 있어요. 전 세계인들이 한국 토종 커피브랜드 탐앤탐스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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