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올 들어 1~3월새 강남3구 아파트 거래량이 전년대비 절반이상 줄었다. 시장침체가 길어진 데다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과 강남권 재건축 소형주택 비율 및 부분임대 확대안 등이 연이어 등장한 영향이다. 3월의 경우 아직 열흘여가 남았지만 최근 추이를 감안하면 평년수준으로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20일 현재까지 강남3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거래건수(신고일 기준)는 총 1349건이다. 지난해 1~3월 거래량 3452건보다 60%가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 거래량도 시장침체가 이어지며 줄어들었음을 감안하면 거래량이 거의 매말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별로는 강남구가 1334건에서 454건으로 66%가 감소했다. 서초와 송파 역시 각각 1031건에서 353건, 1087건에서 542건으로 반토막났다.
가장 큰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새로운 재건축·뉴타운 등 정책기조가 흘러나온 것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강남 개포주공 등을 비롯한 강남권내 재건축 단지에 소형주택 비율과 부분임대 확대안 등이 전해지면서 거래 관망세를 더욱 키웠다.
이같은 분위기는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서울시와 마찰을 빚고 있는 개포주공1단지 일대 H공인 대표는 “거래는 간간히 이뤄지고 있지만 지난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며 “거래건 역시 호가보다 낮게 성사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공1단지 전용 41.98㎡의 1월 거래가는 6억8000만원이었지만 2월에는 6억51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한 달새 3000만원이 훌쩍 빠진 셈이다.
개포주공내 다른 단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분기 총 100건의 거래가 이뤄졌던 개포주공 1~4단지의 거래량은 올해 61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단지별로는 3단지(11→10건)를 제외한 1단지(48→32건), 2단지(18→7건), 4단지(23→11건) 모두 50% 급감했다.
이렇다보니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매매값은 2년새 380만원이나 감소했다. 3월 현재 3139만원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찍은 2010년 1월(3517만원)보다 378만원 하락했다. 이는 서울 전체 재건축 아파트의 시가총액 감소로 이어졌다. 박 시장 취임 직후 85조8581억원에서 지난달말 83조여원으로 2조원 가까이 줄었다.
서울시의 새로운 주택 정책기조는 서울 전 지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강남3구 뿐만 아니라 전체 25개 자치구 모두 거래량이 전년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거래량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동작구로 지난해 1분기 772건에서 231건으로 71%나 줄었고 마포구 역시 614건에서 190건으로 70%가 빠졌다. 이밖에 종로구(-69%), 성동구(-68%), 성북구(-67%)의 거래량 감소도 눈에 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서울시 주택기조가 강남권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거주보다 투자 성격이 강해 외부 요인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최근에는 서울시 주택정책 등으로 사업자체가 지지부진해진 상황으로 거래는 물론 가격까지 약세를 띠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 역시 “강남3구의 경우 그동안 지나치게 값이 오른 측면도 있지만 서울시의 정책기조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강남권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들도 당분간 거래나 가격 모두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경환 기자 khba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