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휘이익~" 사람 머리카락의 10분의 1도 되지 않은 얇은 실 5만개로 이뤄진 뭉치들로 만들어진 부직포 직물에 수지를 주입한다. 이 작업은 섬유와 수지 사이의 연결을 견고하게 하는 과정이다. 수지 주입으로 단단해진 이 부직포 직물을 워터젯 절단기에 통과시키면 자동차 부품의 하나인 루프로 바뀐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실이 자동차 루프로 바뀌는 순간이다.
지난 14일 (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동쪽으로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리자 BMW의 비밀병기인 란츠후트 부품공장이 나타났다. 이 곳에선 3000여명의 직원이 경량 엔진과 섀시 부품, 내외부 플라스틱 부품, 르로펠러 섀프트, 교환엔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부품은 BMW, 미니, 롤스로이스를 아우르는 모든 BMW그룹 차량에 적용된다.
특히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 생산 라인은 초경량 자동차 생산의 핵심역할을 한다. 내년 말 양산할 BMW의 야심작인 전기차 모델 i3와 i8 핵심부품도 CFRP를 사용해서 만들 계획이다. 안드레아스 레인하드트 CFRP 생산담당은 "현재 기술 수준은 i시리즈 모델용 탄소섬유 차체 부품들을 경제적이면서도 높은 품질로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공장의 첫인상은 한국의 여느 자동차 부품 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32만㎢ 부지에 각 생산라인별 공장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CFRP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딴 세상이었다. CFRP는 전구체 섬유로, 100% 탄소로 구성돼 있다. 한 가닥의 두께는 0.007mm에 불과하다. 이 같은 실 5만여개를 하나의 뭉치로 만들어 부직포 섬유직물을 만들어 낸다. 이 부직포 섬유직물이 바로 자동차 루프 등의 생산 원재료 인 셈이다. 섬유가 재료가 되다보니 기존 강철로 만든 루프 보다 무게가 50% 이상 가볍다. 부식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날 공장 방문에서는 실제 사용되는 부품의 생산을 보진 못했다. M3 양산을 앞두고 루프 생산라인을 시험 가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인하드트 CFRP 생산담당은 "M3 양산이 본격화되면 하루 최대 70개의 CFRP 재질의 루프를 생산하게 된다"며 "CFRP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곳은 BMW가 유일하다"고 자부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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