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은행장들의 모임에 지주 회장직과 은행장직을 겸임하는 인물이 참석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불참하는 것이 맞을까?
최근 열린 한국은행 금융협의회에 회장 겸 은행장직을 수행하는 두 인물이 엇갈린 행보를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은 불참했지만 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은 참석했던 것.
매달 셋째주 금요일에 열리는 금융협의회는 한국은행 총재 주재 하에 시중 은행은 물론, 국책 은행장들이 모여 최근 금융시장 동향은 물론 경제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국민, 신한, 농협, 중소기업, 하나, 외환, 한국씨티, 수협 등 8개 은행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새로 출범한 농협금융지주의 신충식 회장이 은행장 자격으로 참석했으나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두 회장은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신충식 회장이 은행장도 겸임하고 있어 앞으로도 지주 회장은 물론, 은행장들의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면서 "새로 출범한 만큼 은행권에 직접 인사를 할 필요도 있고 그렇다고 부행장이 참석하는 것도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산은금융지주의 수장 자리에 오른 강만수 회장은 취임 초기에는 은행장들이 참석하는 금융협의회는 물론, 전국은행연합회 정기 이사회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현재는 참석치 않고 있다.
당시 산업은행에서는 "민유성 전 회장이 나갔던 은행장 모임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두 참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강 회장은 초기 몇 번을 제외하면 최근에는 은행장들의 모임에는 참석치 않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이 전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이자 회장 직함도 함께 단 거물급 행장이기 때문에 '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강 회장은 1945년생으로 대부분 1950년생들인 은행장들과 나이차가 클 뿐 아니라, 행시 8회 출신으로 현재 금융당국 수장인 김석동 금융위원장(23회), 권혁세 금융감독원장(23회)보다 선배이기 때문이다.
반면, 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은 이날이 은행장 모임의 공식적인 첫 참석이었다. 농협의 신용부문에 오래 몸담은 금융통이지만 다른 은행장들과 만날 자리는 별로 없었다. 그동안 은행장 모임에는 김태영 전 농협신용 대표가 참석해왔다.
사업구조 개편 후 농협금융은 총 자산 240조원이 넘는 국내 5대 지주사로 등장했지만 여타 지주사들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지주 회장보다는 은행장의 업무에 더욱 치중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에는 '외풍(外風)'을 막아줄 수 있는 거물급 외부 인사가 거론돼 왔다.
한편,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기업은행장으로서 한동안 금융협의회에 참석했지만, 외환은행장으로는 이번이 첫 자리였다. 윤 행장은 일찌감치 외환은행장으로 내정됐지만 외환은행 노조의 반대로 출근이 저지당해 지난달 말부터 공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이번이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금융협의회였다. 김 행장은 오는 23일 주총에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될 예정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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