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1만3000TEU 컨테이너 선박 '한진 수호'號로 명명키로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국내 최대선사인 한진해운이 2006년 타계한 고(故) 조수호 회장의 이름을 딴 컨테이너선박 '한진 수호'호를 바다에 띄운다. 선박에 고인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지만 한진해운은 오늘날 한국해운산업 발전에 기여한 조 전 회장의 위상을 기리자는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이달 말 인수하는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박의 이름을 '한진 수호'호로 명명키로 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이 선박은 국적 해운사 상선을 통틀어 최대 규모다.
그간 한진해운은 자사 선박명에 '한진 시드니', '한진 베이징' 등 기항도시나 지역 이름을 붙여왔으나 이번에는 첫 1만3000TEU급 선박 인수라는 기념비적 의미를 더하기 위해 조 전 회장의 이름을 따왔다. 앞서 한진해운은 국내 최초 1만TEU급 컨테이너선 인수 시에도 지역명 대신 나라 이름을 붙여 '한진 코리아'호로 명명하고 최은영 회장이 직접 선박의 이름을 호명하며 축복을 비는 대모로 나선 바 있다.
최근 시황 하락, 유가 상승, 대규모 적자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에 '한진 수호'호의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한국 해운의 별'이자 '해운 국제'릮으로 통했던 조 전 회장은 1994년 사장 취임 이후 불과 10년 만에 회사 매출을 3배 이상 성장시키는 등 한진해운의 초고속 성장을 이뤄낸 인물이다. 1992년에는 한국 최초의 4000TEU급 컨테이너선, 2005년에는 8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을 최초 투입하며 한국 해운산업의 새 시대를 열어온 인물로도 꼽힌다. '한진 수호'호가 조 전 회장의 리더십을 떠올리며 새로운 전환기를 만드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회사 측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되는 까닭이다. 비록 한자는 다르지만 한국 해운업과 한진해운을 '수호(守護)'해달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내달 2일 첫 운항을 개시하는 '한진 수호'호의 명명식 날짜와 대모는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간 중요한 선박의 명명식마다 최 회장이 대모로 참여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진 수호'호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최 회장 또는 직계가족이 나설 가능성도 높다.
최 회장은 1988년 한진 시애틀호를 시작으로 그간 40척이 넘는 선박의 대모로 나섰다. 본인 스스로 '비공식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선박 명명식 도끼를 소유한 여자'라고 자신을 소개할 정도다. 큰딸인 조유경씨 또한 벌크선 '한진 달림플베이'호의 대모 경험이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아직까지 명명식, 대모와 관련해 최종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한진해운이 오늘날 국적 1위 선사, 글로벌 선사로 성장하게끔 초석을 닦은 조 전 회장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해달라”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은 올해 '한진 수호'호의 시리즈선박인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총 4척 인수할 예정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